아아, 쉐키리 붐 그대마저... orz by 신독

군대를 막 전역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앓게 되는 후유증이 있습니다. 갓 복학한 예비역들이 흔하게 앓는 그것을, 일단은 '아저씨병'이라 명명해 보죠. (진짜 명칭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뭘 해도 어색합니다.
분명히 똑같은 청바지에 똑같은 운동화 신고, 똑같은 가방 메고 똑같은 헤어스타일로 다니는데도, 어딘가 대학생 같지가 않습니다. 캠퍼스를 부유하는 정체불명의 '아저씨들' 같죠.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아저씨 '앨리스'들 같달까요?

기율과 통제가 일상적이던 군대 사회에 있다, 그것이 상당 부분 풀려 버린 일반 사회로 갑자기 나오게 되면... 영화 《쇼생크탈출》의 레드(모건 프리먼)와 같은 경험을 하기 마련입니다.



죄수였던 레드는 가석방으로 40년 만에 사회에 복귀하죠. 알바하는 마켓에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매니저에게 '가도 되냐?'고 묻습니다. 그게 답답한 매니저는 묻지 않고 그냥 가라 질책하듯 말하죠.
그 후에 이어지는 레드의 독백은 참으로 담담하여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허락을 받지 않으면 이제 오줌도 나오지 않는다."

기율과 통제가 일상화된 사회란, 이처럼 한 사람의 자율성을 무자비하게 길들여놓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군대물을 쫙 빼고 본연의 자신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의 사회 적응기가 꼭 필요하죠.

우리는 그동안 날고 뛰던 연예인들이 전역 후 감을 잃고 헤매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정극 연기를 하는 드라마나 영화들보다는, 순발력과 애드립이 중요한 예능에서 '아저씨병'의 위력은 무섭게 부각됩니다.

'롱다리'로 전국을 휘어잡고 있던 이휘재 씨는 제대 후 영 적응을 못하다 결국 '이바람'이라는 캐릭터를 잡고 나서야 기사회생했죠. 하지만 군대를 가기 전에 그가 갖고 있던 긍정적이며 파워풀하던 이미지는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였습니다.
가까운 과거로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두 명의 전역병들이 예능에 복귀하였습니다.
김종민 씨와 하하 씨죠.
두 사람 다 예능감 뛰어나기로 이름 높았던 이들이었고, 전역 후 곧바로 예능에 뛰어든 것도 똑같았습니다.
프로그램에 영 적응을 못하고 '폭풍질타'를 받은 것까지도 똑같죠. ㅎ

그리고 얼마 전, 방송 예능에서 전방위적 활약을 펼치다 군대에 갔던 '쉐키리 붐' 씨가 전역했습니다.




솔직히 '이 사람 만은' 하고 기대를 했더랬습니다. 워낙에 출중했던 '붐느님'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오늘 MBC의 '아이돌 스타 육상 대회'에 나온 붐을 보니 안습 그 자체입니다. T^T
김제동 씨가 고군분투를 하더군요.
해설자가 우승자로 지목한 이들이 속속 탈락하자 김제동 씨가 슬쩍 "축구에 펠레가 있다면, 육상에는 OOO 씨가 있군요"라고 떡밥을 던집니다.
육상 해설자로 초빙된 분께서 나름 김제동 씨에게 맞춰 "지금 김제동 씨가 저를 유도하고 있어요"라고 응답합니다. 떡밥에 비해서는 너무 약한 대답이었죠.

이럴 때야 말로, 쉐키리 붐이 나서 '빵' 하고 터뜨려 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붐느님'이 이런 멘트를 날리네요.


"지금은 유도를 하고 있지 않죠. 육상을 하고 있습니다."


아아... orz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저 아저씨틱한 개그라니.
쉐키리 붐, 정녕 그대마저!


@


적어도 예능에서 활약하던 연예인들은 몇 달간의 사회적응기를 거쳐 '군대물'을 쏙 뺀 뒤에야, 방송에 복귀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미 스케줄 빽빽하게 잡아놓았다니... 얼마 후에는 붐 씨마저 '폭풍질타'를 맞고 말겠군요. ㅎ

전역자가 사회에 금세 적응하지 못하는 건 개인의 '방송감' 내지 '예능감'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종의 '증후군'입니다.
시스템이 전혀 다른 사회로 공간 이동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바란단 말입니까.
안습인 건... 대부분의 전역자는 사회에 복귀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나는 군대에서도 살아남았다. 이제 무엇을 하든 자신 있어!"

유감스럽게도 그 자신감은 대부분... 군대 사회에 국한된 것입니다.
(군대 사회가 주입한 자신감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붐 씨는 군인들 앞에서 쇼를 진행할 때면 펄펄 날아다닐 것입니다. 이미 군대 사회에 최적화된 '예능감'을 갖고 있을 것이 틀림없거든요.

군대 사회와 일반 사회는 아주 다릅니다.
일반 사회와 자연스럽게 공감하기 어려운 전역병 연예인을 다른 방송도 아닌 예능에 곧바로 복귀시키는 관행은 이제는 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군대물이야 자연스럽게 빠질 텐데 말입니다.
본인이 나간다고 해도 주위에서 좀 말려 줬으면 좋겠어요.

모쪼록 붐 씨의 혼란이 최단시간 내에 극복되었으면 합니다. 
웃을 일 드문 한국 사회에서 저를 웃겨 주던 몇 안 되는 예능인이란 말입니다. ㅡ.ㅜ  

덧글

  • DLIVE 2011/09/13 22:17 #

    얼마전에 힐링캠프에도 나오셨는데요..
    김태우씨가 그러더군요
    "붐은 안그럴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대는 어쩔수 없어요..ㅋㅋㅋㅋㅋ
  • 신독 2011/09/13 22:28 #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거거든요. ㅎ
    김태우 씨도 예비역이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 기문 2011/09/14 08:06 # 삭제

    붐에게서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을 연상하시다니... 오오, 재밌네요. 붐이 더 처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ㅋ
  • 신독 2011/09/14 08:54 #

    저도 전역한 후 여러 혼란을 겪었거든요. ㅎ

    저는 그대로인 거 같은데, 주위 사람들이 다 제가 변했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아자씨 안 같은데, 주위에선 그 복장은, 그 신발은, 그 말투는 아자씨 같다는 거예요.
    제일 심각한 건, 저는 웃긴데, 주위에선 아무도 안 웃는다는 거였죠. ㅋ

    이거 처절한 얘기 맞습니다.
    예비역들은 다들 공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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