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연공비결의 적나라한 폭로, 시크릿 트레이닝 by 신독

≪시크릿 트레이닝≫ 한병철 | 한병기 (지은이) | 파란미디어 | 2011-04-04


한도사 님 글들을 보며 예전부터 갖고 있었던 추정 하나가 이 책을 통해 ‘99%의 확신’으로 변했다.
한도사 님은 아마도 소년기나 청년기에 도올 선생의 책을 접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 전반에 강한 영향을 받으신 게 분명하다.
무술 이론을 조금이라도 접해 본 사람이라면 익히 알 경구인 ‘입신중정(立身中正)’을 ‘Keep your whole body in a upright balance’라 풀어 놓으셨더라. (balance 수식에 dynamic도 포함하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는 도올 선생의 동양학 연구에서 기본이 되는 강의 방법이다. 이전과는 달리 한학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현대 한국인들에게는 한문보다 영어 번역이 개념 파악에 용이하기 때문.
적나라한 서술과 직설적인 문장들을 보며 도올 선생의 저작들을 떠올리긴 했지만, 무술 경구들을 푸신 영어 문장들을 보며 99%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소년기의 끝무렵, 도올 선생의 저작들에 열광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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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꾸준한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이 유명한 경구는 사실상 새빨간 ‘구라’다. 트레이닝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억술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ㅎ (물론, 강력하고도 꾸준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공부를 중국어로 읽으면 ‘쿵푸’. 그렇다면 쿵푸에도 왕도는 있는가?
당연히 있다. 하지만 ‘비인부전-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면, 전하지 않는다’에 ‘문외불출-인정받은 제자가 아니면 배울 수 없다’이 지켜지는 비밀스러운 세계이다.
이것을 무술계에서는 ‘연공비결-쿵푸의 왕도’이라 불렀다. 이 책의 제목, ‘시크릿 트레이닝’이 바로 그 ‘연공비결’의 영어식 표현이다.

이 책은 [중심선의 개요 설명/스트레칭/자력 단련(exercise without tools)/타력 단련(exercise with tools)/운동 조합과 처방/소림 72예]의 여섯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중심선의 개요를 설명한 ‘운동에는 비결이 있다’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하는 자력, 타력 단련은 웨이트 트레이닝 이상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테니까.

나는 특히 타력 단련법을 보며 많이 놀랐는데…… 이건 진짜 문외불출의 연공비결 아닌가.
그동안 기공 단련법 류의 이론서들은 꽤 많이 본 편인데, 처음 접하는, 게다가 너무 ‘상세한’ 설명을 보고 많이 놀랐다. 좋은 스승을 만나 직접 지도받아야 부상 없이 수련하긴 하겠지만, 수련 방법 자체는 ‘남김없이’ 밝혀 놓으신 듯하다.
프로는 아니지만, 산행과 자전거 타기를 매우 좋아하기에 이 책에 밝혀 놓으신 단련법 중 몇 개는 곧바로 내 운동 메뉴에 추가했다.

이 책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ㅎ)
전문적인 운동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에 눈을 뜰 것이고, 나 같은 생활체육인들은 자력 단련법만 제대로 수련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 틀림없다.

다만 한 가지, 복잡한 동작은 직관적 이해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적나라한 설명을 그림이 오히려 신비화하고 있달까. (뭐, 다른 무술책들에 비하면 굉장히 디테일한 곳까지 표현된 수작들이었지만. 그저 그림이 가진 태생적 한계일 뿐이다. 앱북처럼 동영상을 삽입할 수 있는 전자책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종이책으로써는 최선을 다했다 본다.)

무협 작가들에게도 강추.
이 책만 보아도 수많은 스토리들이 머릿속에서 춤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