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픈 사람들을 위한 '축복', Walk Yourself Well by 신독

에……, 이 글을 어느 밸리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군요. -_-a
책에 대한 글이기는 합니다만, 정작 이 책을 필요로 할 분들은 아픈 분들이라서요. ‘건강’ 밸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나마 비슷한 ‘패션&뷰티’ 밸리를 선택해 보겠습니다. 건강해지면 ‘뷰티’해지기 마련이니……;;


《 브루만의 워킹 건강법(Walk Yourself Well) 》, 쉐리 브루만(Sherry Brourman) 저, 이주강 역, 1999(1998), 푸른솔



이 책을, 척추 관련 병력으로 막연한 ‘걷기 운동 처방’을 받은 분들이나 좌골신경통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몸의 균형을 잃어 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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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0여 년 전 겪은 등반 사고 때문에 오른쪽 발목의 회전 반경이 왼쪽의 1/3정도에 불과합니다. 100일이 넘게 반 깁스 상태로 수술과 치료를 반복했기 때문에 오른쪽 발목이 밖으로 5°쯤 열린 채 굳어 버렸죠. 지금도 나사 1개가 발목에 박혀 있는 상태입니다.
당시 108일 만에 퇴원할 때, 제 담당의는 물리치료가 필요하냐는 제 물음에 ‘아직 젊으니, 열심히 걸으면 곧 정상이 될 것이다’는 말만 해주었습니다.
열심히 걸었지만, 정상은 되지 않더군요. ㅎ

제 걸음은 사고 전에는 ‘11자 보행’이었습니다. 양 발이 모두 전방을 똑바로 향한 채 걷는 방법이죠. 하지만 오른쪽 발목이 5°쯤 열린 채 굳어 버렸기 때문에, 제 걸음은 그 상태로 균형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왼발은 그대로 전방을 똑바로 향하고, 오른발은 살짝 열린 채 땅을 디뎠던 거지요. 그때는 걷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미처 의식조차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10여 년 쯤 걷다 보니, 발의 불균형이 몸 전체로 퍼지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오래 걸을 수 없는 몸이 된 상태였죠. 3시간 정도 걸으면 왼쪽 무릎과 오른쪽 고관절이 칼로 쑤시듯 아팠습니다. 1시간 정도 산행을 해도 마찬가지 증세가 오기 시작했죠.

그때쯤부터였습니다. ‘제대로 걷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4년 정도 된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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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쉐리 브루만은 물리치료사입니다. 아래 사진에 멋진 자세로 걷는 여성이 바로 그녀입니다. (그녀의 홈피 http://sherrybrourman.com/에 가보면 ‘Walking, Yoga & Physical Therapy’를 하고 있다 밝혔더군요. 이 책에 실린 치료법을 확립한 후 병원에서 독립해 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LA에 있다 소개되어 있지만, 발행 후 10여 년이 지난 현재 그녀는 캘리포니아 주 산타모니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내기 전, 물리치료사로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쉐리 브루만은 척추전방전위증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근골격의 이상으로 고통을 받아 보신 분이라면, 척추 이탈이 어떤 고통을 가져올지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그녀는 수술 대신 운동 요법으로 척추의 이상을 교정하고자 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다 마침내 자기 치료에 성공한 그녀는 병원에서 독립해 자신의 치료법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죠.
국내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이 방면 최고의 권위자로 존중받는 모양입니다. 터미네이터 아놀드 씨 역시 그녀의 고객이라 하더군요.

이 책은 미국에서 출판된 지 1년 만에 이주강 씨(원광보건대 교수, LA 카이로프랙틱 대학 임상교수 역임, 한국카이로프랙틱학회장)가 국내에 번역하여 소개했지만, 그 당시 대중적인 반향을 얻지는 못한 듯합니다. 1999년 당시야 지금처럼 웰빙 열풍이 극심하지는 않았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보행법에 관심이 많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이 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번역 제목으로 구글 검색을 해봐도 한글로 작성된 것은 뜨는 페이지가 몇 개밖에 없을 정도니까요.

제가 이 책을 자신 있게 ‘강추’한다 말씀드린 것은 오랫동안 고민했던 보행의 불균형을 이 책 덕분에 단기간에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4년 정도 ‘제대로 걷기’에 고심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행법을 시험하며 걸었습니다. 요가와 산행, 근력운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몸 상태는 그동안 많이 좋아졌지요.

그런데 어떻게 걸어도 왼발목이 심하게 ‘회내(걸을 때, 발목이 몸의 중심 쪽으로 기울며 회전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상태가 심할 경우, 오래 걸으면 발목 안쪽과 발바닥의 오목한 족궁 부분이 참 많이 아프죠)’하는 것을 고치지는 못하겠더군요.
한쪽 발목만 ‘회내’하면 골반이 그 불균형을 보상하기 위하여 한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골반이 치우치면 척추가 그 보상을 위해 틀어지죠. 척추가 틀어지면 이번엔 어깨가 기웁니다. 어깨가 기울면 경추(목)가 비틀려 그것을 보상하고요. 이런 식으로 한 군데가 망가지면 연쇄반응으로 몸이 망가지고 맙니다. 사람 몸이란 게 그렇게 되어 있더만요.

쉐리 브루만의 보행법은 이러한 근골격의 비틀림을 바른 걸음으로 연쇄 교정해 통증에서 해방시켜 줍니다.(그녀의 프로그램은 보통 6주짜리입니다. 제 경우는 1주 만에 ‘회내’ 교정이 가능하더군요. 요즘은 심한 운동을 해도 왼 발목 안쪽이 살짝 뻐근한 정도입니다.)

아파본 사람은 알 겁니다. 그녀는 제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나 마찬가지입니다. 진작 이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쉽더군요. 제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 번역된 책인데도 말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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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열풍 덕분에 이런저런 보행법이 참으로 전파를 많이 탔습니다. 강변을 걷다 보면 대개의 여성분들은 운동량이 많은 ‘파워 워킹’을 하십니다. 가끔 보면, 속보로 ‘모델 워킹’을 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걷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안타깝게도 쉐리 브루만의 ‘보행법’은 우리 대중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예쁘장하거나 잘 생긴 강사가 텔레비전에 나와 알려 주면 대박을 칠 텐데 말이죠.

쉐리 브루만의 ‘보행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행 상식’과는 약간 다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보행법은 ‘Walking Therapy’, 즉 ‘걸으며 치료하기’니까요. 책의 원제가 ‘Walk Yourself Well - 스스로 (교정해), 제대로 걸어라’잖아요.



쉐리 브루만은 독자가 책만 보고도 스스로 자신의 보행 상태를 진단해 그것을 교정할 수 있도록 이 책을 구성했습니다. 보행 체크 포인트 열두 가지와 그 교정 방법, 교정을 위한 강화운동(근력운동이라 보시면 됩니다)과 신장운동(스트레칭입니다)을 나열해 주었으니까요. 참으로 좋은 책입니다. 걷기 운동 처방을 받으신 척추 병력 환자에게는 정말이지 ‘강추’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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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똑바로 서서’ 걷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달리 말합니다.


<그림 1. - 리뷰를 위한 일부 인용은 괜찮다 알고 있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경우 책에서 인용한 그림들은 삭제하겠습니다.>

그녀는 (a)처럼 전방을 향해 몸을 약간 기울이고 걷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말합니다. 이 자세로 배에 힘을 주고 등을 이용해 걸어라 말하지요. (그녀는 ‘샌드위치 방식’이라 말하더군요. 아래의 그림 2입니다.)


<그림 2. 샌드위치 방식>

우리가 아는 보통의 ‘바른 자세’는 아래 그림 3의 (c)입니다. 모델이나 군인들처럼 어깨를 쫙 펴고 등을 꼿꼿이 세운 자세죠. 이 자세로 걸으면 그림 1의 (b)처럼 무게중심이 뒤에 치우치게 됩니다.


<그림 3. 세 가지 선 자세>

그림 3의 (b)와 (c) 자세는 상반신의 모든 무게를 골반에 얹게 됩니다. 누구나 ‘나쁜 자세’로 알고 있을 (b)의 경우는 등이 구부정해지고 자연스레 배까지 나오게 되죠.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 자세로 서고 걷습니다. 결혼 후, 등을 구부리고 가사 일까지 하다 보면 척추에 이상이 오지 않을 수가 없달까요?

쉐리 브루만은 (a) 자세로 서고, 이 자세로 걸으며 몸통과, 어깨, 팔을 흔들라 말합니다. 팔의 스윙은 허벅지를 스치듯하며 엄지가 전방, 새끼손가락이 후방을 바라보도록 손의 각도를 정합니다.
팔을 생략한 몸통과 어깨의 움직임은 아래의 그림 4와 같고요.


<그림 4 - 세탁기의 빨래봉이 좌우로 회전하듯 몸통과 어깨의 회전력을 이용해 걷습니다.>

이 보행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다리와 발의 움직임입니다. 책에는 제일 처음에 실려 있어요. 이 챕터만으로 저는 왼발의 회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먼저 보행 시 발을 디디는 각도가 중요합니다. 저는 11자 보행이 가장 올바른 접지방식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림 5의 (c)죠.


<그림 5>

그러나 쉐리 브루만은 (a)의 15-20° 정도 밖으로 벌린 각도가 가장 이상적이라 말하더군요. 좌우로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위해서는 적당히 발을 벌리는 게 무게 중심의 분산에 유리하다는 것이죠. (b)의 경우는 너무 벌린 것이고요.

자신이 신는 신발의 밑창을 보면 자신이 발뒤꿈치의 어느 부분으로 땅을 디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뒤꿈치 바깥쪽 부분이 닳아 있을 것입니다. 평발이나 회내하는 발을 가지신 분은 안쪽이 닳아 있을 것이고요.
 
쉐리 브루만은 발뒤꿈치의 정중앙으로 땅을 디디는 것이 Walking Therapy의 초석이라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깥쪽으로 디디는 분들은 안쪽으로 디디듯, 안쪽으로 디디는 분들은 바깥쪽으로 디디듯 걷기 시작하면, 발뒤꿈치의 중앙을 이용해 땅을 디디게 되죠. 저도 1주일 만에 이것을 해냈습니다. 발의 각도와 발뒤꿈치의 조절만으로, 정말 ‘회내’가 고쳐지더군요. 정말이지 마법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중심을 앞에 둔 채 걷는 것은 제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산을 오를 때면 항상 그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었으니까요. 10여 년 동안 하산보다 산을 오를 때가 몸이 더 편했던 이유를 이번에야 알게 되었죠. 산을 오를 때는 저도 모르게 척추가 편한 자세를 취했던 겁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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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너무나 긴 글이 되었기 때문에, 자기 보행의 체크 포인트나 교정 방법, 교정을 위한 강화운동과 신장운동에 대해서는 적지 않겠습니다. 보행 시 다리나 골반의 움직임, 호흡법 또한 생략했고요.
책을 보시면 모든 게 확연해질 겁니다.
(현재 이 책의 전자책이 무료로 공개된 모양이더군요. 구글의 이 주소로 가시면 책 전체를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ooks.google.co.kr/books?id=TAjewPtPWREC&printsec=frontcover&dq=%EC%9B%8C%ED%82%B9+%EA%B1%B4%EA%B0%95%EB%B2%95&hl=ko&ei=CMs0Ttn2IKPSiAKzrZG6CA&sa=X&oi=book_result&ct=book-thumbnail#v=thumbnail&q&f=false 한 번 살펴보도록 하시죠.)

아마도 자신이 알던 보행 상식과 달라 고개를 갸웃거리실 분들도 있으리라 봅니다만, 이 보행법은 어디까지나 척추의 이상이나 근골격의 불균형으로 야기된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고통이 치유되고 자세가 교정된다는 것은, 그 자세가 척추에 제일 부담을 덜 주는, 제대로 된 자세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보행법의 ‘정답’이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없애 주는 치료 효과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쉐리 브루만의 환자 중에는 70세가 넘은 노인도 계셨습니다. 일어나지 못해 침대에만 누워 있던 중증 환자도 있었죠. 그들 모두가 보행과 자세를 고치며 고통을 극복한 임상 사례들이 이 책에 나옵니다.

모쪼록 이 책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축복’ 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