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의 50인 결사대, 강요된 결사가 아니기를 바랄 뿐... by 신독

일본 지진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지진이나 원자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하기도 했고.
제국주의 일본은 혐오하지만, 일본 사람 개개인들이 모두 다 제국주의자들은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끔찍한 재앙을 만난 사람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는, 조용히 그들의 안위를 기원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오후, 후쿠시마 원전의 800명 직원 중 결사대 50인만이 남아 원자로를 식힌다는 이 뉴스에는 가슴속이 서늘해지더라. 싸하면서도 울컥, 뜨거운 바람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 링크 : 매일경제 - 최후의 50인 "내가 남을테니 당신들은 떠나라"

전문가들이니 방호 장비야 완벽하게 갖추고 있겠지만, 그야말로 결사(決死 : 죽기를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할 것을 결심함)의 각오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기사에도 나온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에도 화염을 일으키며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는 원자로에 모래와 흙을 뿌린 헬리콥터 조종사들은 스스로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목숨을 잃었다."

어떻게 50명이나 그런 각오를 할 수가 있었을까. 나는 정말 순수하게 그들의 의기에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그들의 성공과 건강, 생존을 응원하고자 했으나... 이 기사를 보는 순간, 마음이 답답해지고 말았다.

☞ 링크 : 머니투데이 - 간 총리 “원전 철수는 없다, 각오해 달라”

오늘 아침 5시 30분경, 일본의 간 총리는 도쿄 전력(후쿠시마 원전 운영 회사)을 방문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다.

"(도쿄 전력) 당신들밖에 없다. 철수는 있을 수 없다. 각오해 달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철수하는 순간 도쿄 전력은 100% 박살 날 것이다. TV에서 (원전 폭발 장면이) 방영되고 있는데 총리 관저에는 1시간 정도 연락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원전 상태가) 호전되는 상황이 아니다. 낙관할 수 없다."

간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 전력에 가서 "철수하면 도쿄 전력은 박살 날 것", "철수는 있을 수 없다. 각오해 달라"고 강력하게 분노의 일성을 발한 이후... 저 위의 '50인 결사대' 기사가 오후에 나왔다.

도쿄 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 회사다.
후쿠시마 원전의 50인 결사대가 순수하게 자발적인 지원자들로만 구성되었을 수도 있다. 기사에도 그들은 자원자들로 나왔으니까.

그러나... 이러한 가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간 총리의 강력한 경고(철수하면 도쿄 전력은 박살)를 받은 도쿄 전력이 어마 뜨거라 기겁하여, 후쿠시마 원전 측에 "철수는 없다. 각오해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을 수 있다.
상부의 지시를 받은 후쿠시마 원전 측에서 격론 끝에 50인의 결사대가 '선발'되었을 수 있다.
미리 '50명'의 숫자를 채워놓고, '강요된 자원자'들로 숫자를 채웠을 수도 있다.
그들 50명 중... 남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사측의 요구나 조직의 압력 때문에 할 수 없이 남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답답하다.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의 압력이나 사측의 요구로 '결사'를 강요당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희생'이라 부를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들의 건강과 생환을 희망한다.
만약에 그들의 결사가 강요된 것일지라도, 그 바람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덧글

  • Niveus 2011/03/16 23:02 #

    이미 은퇴에 가까운분도 자원해서 가겠다고 나서는판입니다.
    ...하지만 수뇌부는 낙하산에 QT모임이라 저놈들은 나중에 주리를 틀어야할겁니다 -_-+
    말단 사원들은 자신의 책무를 목숨을 걸고 다할뿐이죠.
    그리고 실상 사지에 무조건 가라고 한다고 들어갈 사람이 그렇게 있겠습니까 --;;;
  • 신독 2011/03/16 23:09 #

    그렇겠지요? 그러기를 바랄 뿐입니다. 강요든 아니든 무사하기를 바라고요.
  • 지나가다 2011/03/17 10:21 # 삭제

    제가 본 다른 뉴스에는 자위대가 도쿄전력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는 기사도 있더군요....

    안전하다고 자위대원들을 투입했는데 당시 수소폭발 사고가 나면서 자위대원들이 좀 다쳤나 보네요.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자위대원들은 방사능을 다루는 훈련만 했지 원전소화에는 경험이 없고 훈련을 받은적이 없다는 겁니다.

    이말이 좀 웃기더군요...

    반대로 말하자면 위험한곳엔 자위대원들은 들어갈수 없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근데 지금 저런상황에서 자위대원들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저걸 저지하겠습니까?

    도쿄전력 소속 민간인 50명에게 저 상황을 맡겨 놓고 있는 일본이란 나라가 참 이상합니다.

    그리고 강요된 결사가 맞는것 같습니다. 저중에 순수한 자원자는 몇분 안된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50명에게 모든것을 맡길게 아니라 800명이던 8000명이던 해당 관련인들을 모두 소집해서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해야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50명이 집중적으로 피폭되는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교대를 하면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테니깐요...
  • 신독 2011/03/17 13:10 #

    총리가 도쿄 전력 측에 강한 불만과 경고, 강력한 요청을 한 것도 맞고, 도쿄 전력 측에서 후쿠시마 원전 측에 지시를 한 것도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원전에 남은 이들이 '강요'보다는 '자원'으로 남은 것도 맞는 모양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317122453&section=05

    이 기사를 보면, 스스로 자원한 베테랑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죠.
    기사 말미에 보면, 결사대가 171명으로 늘어났다는 얘기도 있군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180명이라고도 하는군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16/2011031602368.html
    이 기사 중에, "원자로 운용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소방대원이나 군특수부대처럼 강한 유대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원자로에서의 점심시간 대화는 종종 누가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가라는 얘기로 마무리된다"는 말이 있더군요.

    원전에서 일하는 분들의 마인드는 어느 나라나 소방대원들의 그것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미국의 원전 운용자도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처했을 것이라 밝혔네요. 체르노빌 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이미 200여 명으로 늘어난 결사대가 모두들 무사하기를 기원합니다.

  • che7 2011/03/24 01:49 #

    설마?????

    외국하청 노동자들에게 일당 따블을 약속하거나???

    이 제의 거절하면 영원히 재취업 불가를 외치며???

    당근 반 채찍반으로?????


    忠臣藏의 미담을 주구장창으로 써먹는 애들이
    그영웅의 가족 인터뷰 하나 없는것을 보면.....................


    요즘 길음동에 산다
    이근처에 오면 연락해 소주한번 먹자구나!!!!!
  • 신독 2011/04/24 12:01 #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내면화된 의식은 일본인만의 무언가가 있는가 봄다.
    형님은 점점 가까이 오시는군요. ㅎ
  • 안신 2011/04/05 13:04 #

    별일 없이 지내는지 궁금해서 뜬금없이 엄한 덧글 한번 남기고 갑니다.
    이곳에 잘 안오다보니 독이님 소식도 뜸하게 보게 되는군요.
    좋은 봄 되셈;;;

  • 신독 2011/04/24 12:02 #

    좋은 봄은 못 되나 봐.
    계속들 떠나가는군. 이남이 씨 노래 그대로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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