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가슴 by 신독

내 데뷔작을 본 일묘 형은 딱 한 줄로 평을 해주었다.

"좀 더 가슴을 열어야 해."

머리로 쓴 글이라며, 좀 더 가슴을 열고 글을 써야 한다며 친절히 부연 설명까지 해 주었다.

2003년의 나는 일묘 형의 말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데뷔작인 위령촉루를 쓸 때, 내 가슴은 용광로처럼 끓고 있었기 때문에. 왜 머리로만 썼다 보았을까 나는 그게 더 궁금했더랬다.

그러나 한편, 대단히 충격을 먹기도 했다.
심리상담을 전공한 친구에게 똑같은 얘기를 들었던 터라서. 물론 그 친구는 내 글이 아니라 '나'에 대한 평을 한 것이었지만.
이성과 논리를 방패로, 감정을 숨기고 산다 평했더랬지.
일묘 형은 심리상담가가 긴 상담을 통해 내린 그 결론을, 내 글을 본 후 그대로 꿰뚫어 본 것이었다. ㅎ

그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니, 내 눈에도 보이게 되더라.
어떤 글이 머리로 쓴 글인지.
어떤 글이 가슴으로 쓴 글인지.

작가는 가슴으로 썼다 생각할지라도, 독자가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글은 언제나 '머리로 쓴 글'로 읽히고 만다.
이 경우, 세상은 날 알아주지 않아, 한탄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알아주도록 쓰지 못한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선택인지, 욕심인지, 투사인지, 미망인지.

일묘 형이 보고 싶다.
그라면 그 굵고도 낮은 목소리로 내 머리를 퉁퉁 울려줄 수 있을 텐데.

덧글

  • 하지은 2011/02/28 22:03 #

    저도요. 꼭 뵙고 싶은 분입니다.
  • 신독 2011/02/28 22:21 #

    @@
    너 벌써 인터넷하니?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

    * 너랑 가까운 데 사는 거로 아니까, 기회되면 소개시켜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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