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황기록 형님의 명복을 빕니다 by 신독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얹혔던 체증이 풀리지를 않는다. 뱃속이 배배 꼬여 간다.
남산도서관 갔다가 다라나형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
이제 전화 살렸냐며 형이 금세 와 주었다.

어디로 갈까, 어떻게 지냈어, 수다를 떨며 명동으로 내려갔다.
커피집에 들어갔다.
맞은 편에 앉은 다라나형이 갑자기 내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어, 형?
눈빛이 심상치 않다.
너, 문피아 전혀 안 들어가 봤지?
나 잠수 타면 원래 그러잖아.

다라나형은 내 앞에서 말을 삼키는 사람이 아니다. 내 글 단점까지 망설임 없이 해부해 주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말을 삼킨다.
내가 말해 주는 게 낫겠지.
뭔데? 형 혹시 문피아 그만 두기라도 한 거야? 그거야...
기록형이 돌아가셨다.
뭐?

그리고 시간이 멎어 버렸다.
몇 시간을 가슴 쥐어뜯으며 다라나형과 앉아 있었지만...
집에 돌아와 문피아에 들어가 연재한담 검색을 해보았다.
진짜 있었다.
기록형이 진짜로 가셨다.

작년 12월 30일이었단다. 알려진 건 다음날.
발인이 1월 1일인 데다 거리도 너무 멀어, 가까운 지인들도 거의 참석을 못한 모양이다.
다라나형은 오늘이 49재일 거란다.

휴대폰도 망가지고, 인터넷폰도 망가져 있었지만... 집 전화는 돌아가고 있었는데....
적어도 그와 나 사이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내게 전화를 해줄 수 있었는데. 해줄 수 있었는데... 해 줬어야 했는데.
전혀 들어가 보지 않았던 내 탓이 더 크겠지.
집 전화 번호 아는 지인들 모두 경황이 없었겠지.
그래, 다라나형 말대로 맛 간 나를 배려해 준 것이었겠지.

그래도... 그런 식으로 그를 초라하게 보내는 건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내 탓이다.
기록형을 그래도 작가답게 배웅해 줄 수 있었던 내 부재 탓이다. 

기록형...
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다라나형 만나서... 오늘 들었습니다.
이제야 알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기록형.
너무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요, 기록형.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형까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 2011.8.12. 추가
- 기록 형님 누님께서 전화번호를 바꾸셔서 가족분들과 연락할 길이 없네요.
작가들 중엔 기록 형님 모신 곳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도 없는데... 답답할 뿐입니다.
외관쪽 혜원성모병원 영안실에 전화해 장지를 문의하기도 했으나, 병원쪽에서는 장지를 기록하지 않는다네요. 그런 식으로 빚쟁이 전화도 오는 터라, 제게 유가족 연락처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혹시, 이 글을 기록 형님 친지분이나 유가족께서 보게 되신다면, 기록 형님 모신 곳이나마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술 한 잔 올리지 못해 가슴 한편이 계속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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