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일지도 모르겠다 by 신독

슬래쉬 무비를 상당히 즐기긴 하지만, 글을 써보기 전까지는 이쪽 방면의 재능(?)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는데.
<위령촉루>를 쓸 때 처음 알았더랬다.
여주인공을 고문하는 장면이 스르륵 슬슬슬 너무 간단하게 풀리는 거라.  그 결과, 그때까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물고문 장면을 완성했더랬다. 내가 봐도 혐오스럽기는 한데, 너무 참신한(?) 장면이 나온 터라 그냥 출판까지 해 버렸다.

오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야기가 좀 늘어진 것 같아, 챈들러의 충고처럼 가벼운 터치로 한 명 죽일 예정이었다.
(챈들러는 이야기가 정체될 때면 총잡이를 등장시키라 충고했다.)
근데, 내 손은 전혀 뜻밖의 장면을 써내려가는 것 아닌가.
'중국의 형벌사' 류의 책을 너무 열심히 봤던 걸까나.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가 연상되었던 걸까나.
중국 호남성의 개시장 다큐멘터리가 기억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죽일 작정으로 처음 등장시킨 조연은, 예기치 않게도 최악의 혹형을 당해 버렸다. =.=
프랑스식 하드고어 공포영화에나 등장하는 끔찍한 아이디어이긴 한데... 하드보일드식의 건조한 문장이 술술술 나와, 내가 읽어도 스릴이 느껴지는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중랑천 다녀오며 내내 생각했지만, 폐기하기에는 좀 아깝고... 걍 내면, 심약한 아이 독자들은 토할지도 모르겠네.
고민된다.

나, 이쪽이었던가?

덧글

  • 안신 2010/08/30 14:14 #

    ^^;;; 때로는 계발되지 말아야 할 분야도 있는 법이죠;;
    엄한 길로 가지 않도록 조심하셈;;; --__--;;
  • 신독 2010/08/30 15:55 #

    올만이네. ^^

    * 근디... 이미 그 길에 접어든 느낌이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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