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Moon is a harsh mistress》 로버트 A.하인라인| 안정희 역| 황금가지| 2009.04.10 (1966) | 582p
하인라인은 SF의 지평을 일반 독자에게까지 넓혔다 평가받는 작가이지만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말할 수 있는 컴퓨터’라는 아이디어 하나로(1966년 당시엔 무척이나 참신했을) 달의 '독립'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이끌어냈다.
읽기 전, 지구의 식민지인 달의 '혁명'을 다룬 글이라 들어 무지 기대했지만... '혁명'이라기보다는 '독립'이라 봐야 하겠더라.
주인공 마누엘 가르시아의 멘토라고 할 무정부주의자 라파즈 교수의 입을 빌린, 혁명에 대한 하인라인의 단상은 혁명의 외부에서 바라보는 단편적 시각을 넘지 않는다.
달의 독립 전쟁 또한 러시아혁명의 몇몇 요소만 슬쩍 빌린 미국 독립의 변주 정도라 조금 실망했고.
혁명을 제재로 한 소설들을 볼 때 무언가 불만을 느끼는 제일 큰 이유는 혁명의 내면에 담지된 ‘신념’의 구체적 형상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하인라인의 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혁명가의 신념이란, ‘사회과학’에 기반하기 때문에 '도그마'나 '전복을 위한 기술’ 이상의 것이다.
자연과학의 발전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성립하는 사회과학의 이론은 ‘진리’라기보다는 ‘명제의 집합’이며, 불변하는 전략이 아니라 한 사회의 패러다임에 따라 상시 변화가 가능한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과학에 기반했으나 종종 도그마로 착각되어 맹신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엄정한 과학적 이론화에 기반한 신념이기에 ‘냉소’보다는 ‘열정’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에는 그게 없더라.
마이크라 이름 붙인 말하는 컴퓨터의 매력이 제일 컸고, 달의 중력과 그것에 적응된 사람들의 이야기 등 디테일한 설정들이 과연 하인라인다웠다.
하지만, 이제 한동안은 하인라인의 글을 안 볼 듯하다. 하인라인의 스토리텔링에 이제 약간은 물렸달까.
유쾌하고도 냉소적인 장광설을 즐기는 캐릭터를 통해 지적 현학을 담보하고, 깔끔한 SF 설정을 통해 재미와 리얼리티를 동시에 추구한다. 놀라운 조합이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ㅎ
그래도, 혁명을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관조할 수 있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독자와의 거리를 좁힌 것은 잊지 말아야겠다.
풍자가 대중적인 이야기가 되려면, 독자가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공감이 가능한 캐릭터를 주인공 내지 화자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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