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계룡산 동학사 by 신독

계룡산의 동학사 집단시설지구에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 지인들과 주담을 나눌 목적으로만 간 터라, 이번에도 계룡산을 바라보며 입맛만 다셨다. 조망은 또 얼마나 좋던지. -_-a
(동학사로 오르는 길은 벚꽃이 좋다는데, 봄에는 또 모인 적이 없구나. ㅎ)
그래도 아쉬우니, 계룡산 지도라도 ☞링크(파란 지도)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 집단시설지구로 빠져, '미르 쉼터'라는 팬션에서 일박했다. 사진은 팬션에서 본 장군봉]

지도에서 '박정자 삼거리'를 보며, 박정자라는 사람이 꽤 유명한 지역 인사였나 보다 했는데... 찾아 보니 영 아니더라. ㅎ
(예전 이곳에 밀양 박씨들이 모여 살며 정자나무를 심어서 지나는 사람들이 쉬는 장소를 만들었다 한다. 박씨들이 정자나무를 심은 곳에 마을이 있다 하여 '朴亭子'라 부르는 마을이었다더라. 설에 따라 밀양 박씨 집성촌이나 박씨 개인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어쨌든 박은 성이고, 정자는 정자나무를 가리키는 모양)

토욜은 왕주와 함께 주담이 오갔고, 일욜 아침 장렬히 퍼져 버린 일행들을 팽개쳐 둔 채 부산에서 오신 로운 님 가족과 함께 동학사에 들렀다.
아래는 동학사 매표소에서 찍은 계룡산 안내도.


[동학사 일주문]

일주문을 통과해 불국토에 들어서는 저 두 아이가 로운 님 첫째 딸 유진이와 둘째 딸 유주, 아기 때부터 사진을 본 이 애들이 벌써 5학년, 3학년이란다. ㅎ
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학사(東鶴寺)는 고찰답게 가람 배치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더라.
일주문 다음에는 보통 천왕문과 불이문이 이어지는데, 특이하게도 홍살문이 우리를 맞았다.
(궁궐이나 관아, 능, 묘, 원 등에 세우는 문으로 사찰에서 이 문을 볼 줄은 몰랐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로운 님도 '이상타' 하시더라)

아담한 정자 세심정과 미타암 등의 암자를 지나자, 비구니 강원인 동학사의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학사 대웅전. 오른쪽 뒷모습 남자가 로운 님, 왼쪽은 형수와 막내 유정이]

로운 님 가족이 대웅전에서 삼배를 드리는 동안, 나는 대웅전 뒤쪽으로 가 보았다.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시는 절이라 그런지, 탱화에 대한 설명까지 아기자기하게 게시되어 있더라. 감사하기도 하지.



[대웅전 뒤꼍에서 본 계룡산 쌀개봉, 날씨가 참으로 좋았다. 능선 타기 딱 좋은 날이더라. 쩝쩝]

동학사는 매월당 김시습의 발자취가 어린 곳이다. 이문구 씨의 소설, <매월당 김시습>을 보며 헛헛한 한숨을 들이키게 했던 매월당 선생은 이곳에서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내고 단종을 위한 제단을 마련했다. 이 제단에 전각이 세워진 것이 동학사 대웅전 옆에 자리한 '숙모전'이다.
매월당이 이곳에서 초혼제를 지낸 것은, 고려의 유신 길재가 고려 태조를 비롯하여 충정왕, 공민왕의 초혼제와 정몽주의 제사를 동학사에서 지낸 것을 기린 것이리라. 길재의 사후에는 정몽주와 이색, 길재의 초혼제가 치러졌고, 현재의 '삼은각'이 세워졌다.
사진기 상태가 안 좋기도 했고, 왠지 마음이 가라앉는 듯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동학사는 내게 승가대학이라기보다는 위령을 위한 초혼의 사찰이다.

전날, 동학사를 둘러보신 소심 형이 굉장한 부도를 보았다 하신 것이 기억나 내려오는 길에 부도밭에 들렀다.
이 부도밭은 이 근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부도들을 1993년에 모은 것이라 하는데, 그 후에 동학사에서 강론을 하셨던 스님들의 부도 또한 이곳에 모시는 모양이다.
조선시대와 대한민국의 부도 형식이 한데 모여 있는 격이랄까?

[실상암 건너편에 있는 부도밭. 뒤의 두 줄은 조선 때 부도들이고, 앞줄의 부도는 최근 것들이다]


[소심 형님이 감탄했다는 그 부도. 석탑 형식으로 만든 부도인데 추녀의 용 머리 장식이 눈길을 끌더라]

계룡산에는 이번에도 안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동학사가 조금은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사육신의 시신을 홀로 수습한 스물다섯의 젊은 김시습은 세조가 죽고 성종이 즉위한 후에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타협을 완벽하게 거부한 채.
매월당을 기억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선생을 기리며 가보아야 할 곳이 동학사이다.
생각보다 허전한 가람에 허할지라도, 그곳은 완벽한 비타협을 실천한 선비의 숨결이 서린 곳이니.

덧글

  • 유리 2009/10/12 13:03 #

    좋았네....

    날씨가 좋아서 더욱 좋더라

    난 바삐 움직여서 잘 돌아왔다......


    그야말로 야도~~~ 한 기분 이랄까......그래도 모두 뵈니 기분이 좋았다
  • 신독 2009/10/12 17:09 #

    이동거리가 너무 길었지. ㅎ 형 올 때 깨어 있으려고 걷기도 했는데, 안 되더라구. -_-;
    고생했엄. ^-^
  • 아리사 2009/10/12 16:56 # 삭제

    사진 보니 날씨 정말 좋아 보이네요.
    가서 코에 바람 쐤으면 머리 지끈거리는 거 날아갔을 듯싶네요.
  • 신독 2009/10/12 17:11 #

    이틀 다 날씨는 환상이었죠.
    대전은 두 번이나 모였으니, 담엔 서울 근교나 원래 추진했던 화진포에 가볼까 함다.
  • 아자자 2009/10/13 09:32 # 삭제

    니가 고생이 많았다~ㅋ
    그 나이에 막내라 더욱 힘들었을듯;
    담엔 풍검이 꼭 데려가자...ㅋ
  • 신독 2009/10/13 10:51 #

    그런 게 다 추억이 되는 건데요 머. ㅋ
  • 애린 2009/10/30 21:22 # 삭제

    엉엉~!! 시댁근처인데... 알았으면 미리가서 기다릴 것을...;;
    애들 시험이 얼마안남아서 가고싶어도 포기했자나....;;;
  • 신독 2009/10/31 13:01 #

    내가 장소 바뀐 거 말 안 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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