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법과 신발, 맨발 공학의 도전 by 신독

며칠 전, 참으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보행법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마사이 워킹에 대해서 이미 들어보았을 것이다.
30km를 걸어다녀도 피곤을 모른다는 바로 그 보행법.
특별히 의식하고 걷지 않아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특이한 밑창의 신발이 대유행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급기야 아프리카로 날아가 마사이족의 걷는 법을 직접 촬영하기까지 했고, 한국으로 그들을 초청까지 해 신발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웰빙 열풍 속에 걷는 것이 최고다, 아니 뛰는 것이 최고다며 보행과 달리기가 가진 단점을 서로 깎아내리기도 하는데...

이 중심에는 항상 '신발'이 있다.
그리고 '돈'이 있다.
마사이 워킹화는 기십 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신발이다.
러닝화나 마라톤화, 등산화 또한 마찬가지.

나 또한 신발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다리 다친 후에는 싸구려(?)를 신으면 꼭 발이 아팠으니까.
비싼 신발들은 모두 쿠션 기능을 여러 모로 다각화한 것들이다.
이런 기능성 신발들을 신고 운동해 본 분들은 알 것이다.
쿠션 기능은 영구하지 않다. 마모는 필연이다.
쿠션 기능이 떨어지면?
당연히 새로 사야 한다. 안 그러면 다시 발과 다리가 아프니까.

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신발공학자들이다.
될 수 있으면 인체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공학적 설계를 하는 것이 그들의 모토랄까.

그런데 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공학자들이 출현했다.

산 타다 보면, 가끔씩 맨발로 산을 타는 분들을 만난다.
공원에서 맨발로 걷는 분들도 계시고.
'사람은 맨발로 걸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가 모토라 할 수 있는데, 이 보행관은 아주 색다른 보행법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른바 '내추럴 워킹'.




[내추럴워킹 홈피에서 퍼옴]


물론, 나는 이 특이한 보행법을 따를 생각은 없다.
마사이워킹을 실제 보고, '뭐야, 어릴 때 똑바로 걸어라며 배운 그 보행법이잖아?'하셨을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내추럴 워킹도 원리는 비슷하다.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몸 전체로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니.
마사이 워킹과 차이가 있다면 발뒤꿈치부터 발끝으로 이어지는 워킹이 아니라 발바닥 전체로 땅을 밟고, 어깨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움직이며 허리를 좌우로 많이 트는 거랄까?

내가 다큐에서 본 신발공학자들은 기능성 신발들이 다리의 근육을 퇴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사이 워킹 슈즈의 단점으로 무릎과 다리 근육의 퇴화를 지적하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이 공학자들이 개발한 신발은 맨발로 걸을 때와 거의 똑같은 느낌을 주도록, 밑창이 1mm 남짓이다. 걸을 때, 자갈이나 작은 돌멩이의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

국내에도 이미 수입품(필맥스, 8만원)이 들어와 판매중인데, 신발 한 쪽의 무게가 겨우 150g이다. 달걀 하나 정도의 무게라 한다.
육체적 기능이 최정상급인 운동 선수들이 이 신발의 마케팅 최전선에 서 있는데, 그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동안 쓰지 않던 미세한 근육들의 단련이다. 높이뛰기나 달리기 선수, 격투가들이 이 신발로 트레이닝을 하며 한결같이 단련의 효과를 보았다고 하더라.
(경등산화 대용으로도 추천되고 있던데, 생긴 모양이 꼭 암벽화 필이다)





이런저런 보행법을 써 보며 몸의 균형을 찾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맨발을 지향한 신발은 꽤 매력적이다.
맨발로 걸어보신 분이라면 땅을 디디는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발, 무릎, 고관절, 등, 어깨로 이어지는 힘의 분산이 걸음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아실 것이다.
이렇게 걸으면 똑같은 거리를 똑같은 속도로 걷거나 달려도 힘이 덜든다.
마사이 워킹의 핵심은 바로 힘의 전달과 충격의 분산에 있고, 위의 동영상에 나오는 내추럴 워킹 또한 충격의 분산이라는 면에서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
효율적으로 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근육의 활용이 요구되는데, 맨발 신발이 추구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충격에서 인체를 보호하는 대신,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준달까.

아직은 양측의 신발공학자들이 이에 대해 격렬히 논쟁 중인 모양이다.
오랫동안 '보다 편하고, 보다 인체를 잘 보호해 주며, 보다 기능성이 뛰어난' 신발을 추구했던 공학자들에게는 가히 혁명적 도전 상황이라 할 만하니까.
물론, 이 반대편에는 '기능에 상관없이 예쁜, 혹은 키가 커 보이는' 신발들이 존재한다.
맨발 신발을 신으면 적어도 4, 5cm의 굽높이를 버리는 격이 될 테니, 키가 커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이라면 돌아도 안 볼 신발이다.

결론은, 맨발 신발을 직접 신어 봐야 알겠다는 것.
나는 지름신의 강림도 이렇게 논리적으로 풀어야 하는 인간이다. -_-a

덧글

  • Luyin 2009/09/20 05:32 #

    저 신발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네. 나도 사볼까?
  • 신독 2009/09/20 08:50 #

    디자인도 예쁘다능. 덧버선을 신발화한 모양이라 발도 조그만해 보일 거고.
    링크시킨 필맥스 동영상의 '관련상품'을 클릭하면, 쇼핑몰이 떠. 상품 안내 함 읽어 봐봐. (근데, 밤 샌 모양이네? @@)
  • 아자자 2009/09/21 09:49 # 삭제

    지름신이 강림햇다..+_+
  • 2009/09/20 08: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신독 2009/09/20 08:53 #

    오오!
    과연 공은 진정한 마니아라능! 굿 아이디어!
  • 다라나 2009/09/20 10:52 #

    몸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게 다르지 않을까.

    신발이 거대한 시장이다보니 주객이 역전된 것 같아. 몸이 유연한 사람은 맨발이 나을 것이고, 딱딱한 사람은 쿠션이 있는 게 나을 것이고. 거기다 앞으로 어떤 상태를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지금 뭘 해야 하느냐가 다르겠지. 지역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지름신이 강림하면 일주일씩 번갈아 신어봐.
  • 신독 2009/09/20 22:42 #

    신발 만든 메이커에서 경고 비슷하게 안내문을 넣었더라구.
    '이 신발은 처음 신었을 때, 무척 낯섭니다. 하루에 조금씩 신는 시간을 늘리세요'라고.
    맨발 보행이야 신발만 신던 사람이 하면 무지 어색하니까.

    우야뜬 이 신발 사 보기로 마음 먹었음. 세부 근육을 단련시켜 준다니... 나한테 꼭 필요한 기능이자너. ㅎㅎ (이렇게 지름신을 합리화한다능)
  • 아리사 2009/09/21 09:54 # 삭제

    저 비디오에 나오는 내추럴 워킹으로 길을 걸으면 모두 쳐다 볼 듯 @@
    옆모습은 조금 이상하지만 앞 모습을 보면 모델들이 무대에서 워킹하는 거 같네요.

    아무래도 운동이 필요한 것 같아 요즘 운동화를 유심히 보고 있어서인지 신발에 눈길이 가네요. 가끔 길을 걷다 발바닥이 불편하면 바닥이 돌출된 부분을 밟아 지압 효과를 노리기도 해서 이 신발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발바닥이 좀 예민한지라 많이 걸으면 아플 것도 같네요.
  • 신독 2009/09/21 17:52 #

    옆에서 찍은 동영상은 동작을 세분화해 천천히 보여 준 거라 그럴 검다.
    보통 워킹이랑 좀 다른 건, 허리를 세우지 말고 약간 앞으로 숙이라 권하고 있어요. 목도 세우지 말라고 권하더군요.

    이 신발을 사도 매일 이 신발을 신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슴다.
    한동안은 걷기 운동을 할 때만 신겠지요.

    * 이 신발에 완전히 적응한 사람들은 산을 타며 뛰기도 하더군요.
  • 아자자 2009/09/21 10:01 # 삭제

    집앞에 기능성 신발을 파는데가 있어서 가봤는데
    신발믿창이 타원형으로되어 있어서 상당히 불편해 보이더라.
    적응하면 편하다던데 적응이 힘들것 같아서 퍠쑤~~ㅋ
  • 신독 2009/09/21 17:53 #

    마사이 워킹 신발을 보신 거군요. 그 신발은 무릎이나 발목에 이상있는 분들이나 노인분들에게는 참 편한 신발이지만, 건강한 이들에게는 다리 근육이나 무릎을 퇴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가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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