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청계산 능선을 그와 함께 by 신독

역시나 어제 일기예보대로 구름 끼고, 조망도 영 아닌 날씨.
역시 오늘 놀 건수를 내일로 미루지 말았어야... =.=;

오전에 왠지 우울해 보였던 지인에게 전화를 했는데, 역시나 우울하단다.

"산이나 갈까?" "그럴까?"

그리하여, 우리는 청계산으로 떠났다.
청계산은 해발 600미터가 약간 넘는 육산이라 골산인 북한산과 관악산에 눌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남북 간 거리로는 양재동과 성남, 과천과 의왕까지 끼고 있어 나름대로 종주하는 맛이 있는 산이다.
벗과 함께갈 땐, 내 몸과 산이 아니라 벗과 놀며 산을 타는 편이라 굳이 종주를 고집하진 않는다.
사내 둘이 끝없이 수다 떨며 옥녀봉부터 이수봉까지 갔다가 어둑해질 무렵, 청계사로 하산했다.
벗과 함께하는 산행은, 단독산행과는 역시 다른 즐거움을 준다.
和朋山行, 不亦樂乎! ㅋ


1. 산행 기록

ㅇ 날씨 : 구름 끼고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았음. 대신 선선하여 능선 타기 좋은 날씨.
ㅇ 총시간 : 6시간 (오후 1시 - 오후 7시)
ㅇ 경유지 : 양곡도매시장 - 옥녀봉 - 망경대(청계산 정상) - 석기봉 - 절고개능선 - 청계사 (약 9km)


2. 청계산 개념도

3. 산행 메모

양재역 7번 출구에서 그와 만나 마을버스 8번을 타고, 기점인 화물터미널에서 하차.
길을 건너 양곡도매시장을 끼고 우회전해 청계산 줄기에 붙었다.
밤송이가 익어 들머리에 많이도 떨어져 있더라.
오랜만에 만난 그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옥녀봉이다.


옥녀봉을 지나 매봉을 향했다.
옥녀봉에 오르는 길이나, 매봉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는 나무로 만든 계단길이 꽤 많이 정비되어 있었다.
역시나 부자 동네, 서초구.
우면산이 얼마나 정비가 잘 되어 있는지에 대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매봉에 올랐다.


[매봉의 표지석]


매봉에 올라 비로소 조망다운 조망을 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어제만 못하였다. 어제 왔었으면 북한산까지 뚜렷하게 보였을 것을.
(역시 오늘 놀 건수를 내일로 미루면 안 된다. ㅎ)


[매봉에서 바라본 청계산, 과천의 경마공원이 보인다. 그 너머로 보이는 산이 우면산]


매봉을 지나면, 서초구청이 아니라 성남시로 담당이 바뀐다.
눈에 띌 정도로 소박해진 표지석들과 정비로를 보며, '역시'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청계산의 정상인 망경대와 석기봉을 향해야 하는데... 이야기에 정신을 팔다 보니, 우회로로 그냥 지나쳤더라. -_-
어어했을 때는 이미 석기봉 밑의 헬기장에 도착해 있었다. (아래 사진이다. 헬기장에 세워진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슬쩍 찍혔다)
조망도 안 좋은 날인데, 굳이 되짚어 석기봉을 오를 필요 있나 싶어 그대로 능선을 탔다.

[화장실 위로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석기봉이다. 그 오른편이 망경대]


[헬기장에서 바라본 조망, 왼편 능선이 청계산의 절고개능선이고 그 아래에 과천 서울대공원의 조절저수지가 보인다.]


취미나 관심사가 겹치는지라, 그와 내가 만나면 남들이 듣기에는 재미없을지도 모르는 얘기를 우리들끼리 즐겁게 수다 떠는 편이다.
SF나 무협 얘기하며, 그가 생각 중인 흥미진진한 설정을 듣다보니 어느새 이수봉.



이수봉의 표지석. 예전엔 이름도 없는 봉우리였는데, 어느새 표지석이 생기더니 계속해서 정비 중이다. 이번엔 바닥에 평상 같은 나무를 쭉 깔았더라. 틀림없이 이곳에서 막걸리를 거하게 마시게 될 거다.
성남시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봉우리인 듯.
역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이번엔 꽤 크게 찍혔다. ㅎ

이수봉에서 충분히 몸을 푼 후, 길을 되짚어 내려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국사봉을 넘어 하산하면 청계산을 완전히 종주하는 셈이지만, 슬쩍 해가 넘어가려 하고, 그의 무릎도 좀 걱정이 되어 하산을 결정.
절고개능선의 중간에는 청계사 쪽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즐기는 전망대가 있다.
여름을 거치며 줄이 끊어졌는지, 위험 표지만 남아 있더라.
이곳에서야 비로소 조망다운 조망을 즐겼다.



디카로 찍어 그냥 이어붙인 사진이긴 하지만, 그대로 올린다. 오른편에 보이는 봉우리들이 석기봉과 망경대다.
그 왼편에 멀리 보이는 희미한 봉우리들이 바로 북한산. 정면에는 관악산과 우면산이 기울어 가는 태양빛을 받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시가지가 과천인데, 서울대공원의 과천저수지와 조절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절고개능선에서 응봉까지 가면 과천역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능선을 한참 타야 하기 때문에 청계사로 바로 하산했다.
아래 사진이 바로 청계사의 와불.
우담바라가 피었다 하여 시주 러시를 받았던 바로 그 절이다.



청계사에서 발을 좀 쉬어 주고, 어둑해진 아스팔트길을 따라 마을버스 종점까지 걸어 내려왔다.
기점인 인덕원역에 도착해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결혼 10년이 넘었으면서도 산행 도중 형수와 세네 차례는 닭살 전화를 하더라. ㅎ 참 보기 좋았다.)

청계산 능선을 타며 그가 가히 명언이라 할 만한 말을 남겼다.
"갈수록 산이 가난해지는 것 같아."
ㅎ 정비로나 표지석에 들인 액수가 담당 지자체가 바뀌어 가며 점점 낮아졌으니.
물론, 돈 들여 정비한 것에 비례해 산은 그만큼 허덕이고 있기도 하다.
오늘이야 평일에 능선을 탔기에 사람을 거의 안 만났지만, 주말되면 또 청계산은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래도 버티고 꿋꿋하니, 과연 산은 인간이 안길 만한 곳이다.

덧글

  • 아자자 2009/09/11 09:11 # 삭제

    운동도 되고 좋은데 다녀왔구나
    난 어제 홍탁에 막걸리 마시느라 바빴다..-___-;;
  • 신독 2009/09/11 09:16 #

    역시 내일로 미루지 않으신다는. ㅎㅎ
  • 애린 2009/09/14 22:39 # 삭제

    데리구 가지~!!!! 흠..속도가 많이 늦을려나...;;;
  • 신독 2009/09/14 22:48 #

    능선 종주로 코스를 잡아서리... ㅎ
    다라나형이랑은 몇 년 전에 북한산 가봐서 어느 정도 산 타는지 대충 알고 있었걸랑.
    누나랑 가기엔 초큼 빡센 코스라 생각했엄.

    담엔 꼭 부를게. 기준도 누나한테 맞추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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