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광교산 + 백운산 + 바라산 종주 by 신독

높은 하늘이 3일째 이어지자...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하던 일 마무리하고 주말에 가려 했는데, 주말은 날이 흐리다더라. ㅎ
결국, '오늘 놀 건수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 정신으로 배낭을 쌌다.

이 코스는 본래 국사봉과 청계산까지 더해 양재로 하산할 생각이었는데, 처리할 일이 있어 출발이 다소 늦었다.
광교산 종주 코스의 시발점인 경기대 정문에 가니, 벌써 오후 2시.
야간산행 준비를 해가긴 했지만, 몸 상태 보며 타려 했는데... 아뿔싸, 청명한 하늘과는 달리 아직은 너무 더웠다.
체력소모가 생각보다 심해 결국 바라산까지만 종주하고, 해질 녘에 북골로 하산.

1. 산행 기록

ㅇ 날씨 : 쾌청하나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았음. 게다가 너무 더운 날씨.
ㅇ 총시간 : 5시간 (오후 2시 - 오후 7시)
ㅇ 경유지 : 경기대 정문 - 형제봉 - 양지재 - 토끼재 - 시루봉(광교산 정상) - 노루목 대피소 - 억새밭 - 통신대 - 백운산 - 고분재 - 바라산 - 북골 - 학의리(약 14km)


2. 광교산, 백운산, 바라산 개념도


3. 산행 메모

2호선 강남역 3번 출구로 나와 3007번을 타고 경기대 후문으로. 3, 40분 정도 걸리더라.
경기대를 통과해 경기대 정문으로 갔다. (산을 깎아 만든 학교인 데도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여대생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ㅎ)
정문에서 곧장 형제봉 능선에 붙었다.

[광교산 안내도]


시간이 벌써 오후 2시라 사실 마음이 좀 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계산까지 타고 싶었던 것.
그래서 발을 재게 놀렸는데, 이게 실수였다.
날씨도 더운데 초반에 너무 힘을 뺐다.
1시간 정도 걸려 형제봉에 도착.

[형제봉에서 바라본 광교산, 수원시가 언뜻언뜻 보인다]


[형제봉에서 본 백운산과 광교산 정상 시루봉]


형제봉을 지나 양지재와 토끼재를 넘어가다 보니, 수원시에서 광교산 정비를 한창 중이더라.
형제봉에 오르는 길에도 길 무너지는 거 막는다고 계단길을 만들었던데, 이 구간 중에도 계단길이 꽤나 많다.
산꾼의 건강한 리듬을 앗아가는 극악의 길이라... 땡볕 아래서 체력을 탈탈 빼앗겼다.
광교산은 정상 높이가 582m 정도로 높은 산이 아니지만, 덩치는 꽤 큰 편이다.
이 구간은 꼭 치악산의 사다리병창 계단길을 축소해 놓은 듯했다.
여길 지나다 본 안내판이 아래 사진인데, 등산로가 없다 해서 이번엔 가지 않았지만 다음엔 한 번 들러보아야겠더라.
광교산 정도의 덩치라면, 피가 내를 이룰 정도의 격전이 벌어졌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느긋한 마음으로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을 때, 가면 좋겠다. 가기 전, 이 산에서 벌어진 전투에 대해 조사해 보는 것도 좋겠고.



시루봉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쯤.
원래 시루봉에는 수원성을 본떠 만든 상당히 기괴한 표지석이 있었는데, 아래 사진의 것으로 바꿔 놨더라.
하긴... 누가 봐도 이상하긴 했지. ㅎ


[시루봉의 표지석, 왕건이 견훤을 치고 돌아오다 이곳에서 빛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광교산]


시루봉은 그다지 전망이 좋은 곳이 아닌 데다, 아직은 숲이 너무 무성해서 조망이 너무 나빴다.
청계산과 멀리 북한산도 보였지만, 워낙 가물거려 찍지는 않았다.
시루봉을 내려와 노루목 대피소에서 배낭을 벗고 몸을 풀었다. 그대로는 도저히 더 산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정성 들여 풀어 주고, 호흡도 가다듬었다.


[노루목 대피소]


이곳에서 백운산으로 가는 능선에는 여러 개의 통신탑과 통신대들이 자리하고 있어, 우회로를 따라 걸었다. 경기 방송, 미군 부대, 군부대용이라더라.
그러나 이 통신탑들은 모두 까마귀들이 점령하고 있다. 유유히 활공하며 우짖는 까마귀들이라니. (얘넨 이제 포쓰가 꼭 매 같다)

오래 안 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력을 회복한 터라 부지런히 걸어 백운산에 도착했다.
능선길에 나무가 울창해 내내 답답했던 전망이 여기서 확 트이더라.
어느 분이 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지판 위의 한남정맥 개요가 정겨웠다.




이 백운산 정상은, 바로 앞이 수직의 낭떠러지인데, 달랑 <위험> 표지만 붙어 있더라.
의왕시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말뚝과 줄이라도 달아 놨으면 싶었다.
어쨌든, 여기서 보는 전망은 정말 괜찮다.




[백운산에서 본 모락산]


백운산을 지나 바라산으로.
이 구간은 인적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오후 5시 경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워낙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다.
호젓하게 걷고 있는데, 뒤에서 자꾸 '툭, 툭'하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돌아보면 사람은 물론, 새나 다람쥐도 보이지 않는다.
'뭐지?'하는데, 마침 앞에도 떨어지더라.
바로 아래 사진이다.



산을 다니다 보면, 이맘 때쯤에 도토리가 떨어진 것을 곧잘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몇 개의 잎들이 붙은 채 떨어진 도토리를 보신 분이 있을 것이다.
가지 끝이 잘린 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건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토리거위벌레'라는 조그만 곤충의 작품이다.
이 녀석은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데, 내부가 익어 도토리가 딱딱해지기 전에 미리 가지를 잘라 버린다.
혹시나 알이 충격을 받을까 봐, 저렇게 잎까지 함께 자른다고 하더라.
이른바 곤충계의 낙하산이랄까? ㅎ

고분재를 향해 걷다 붉은 억새를 보니, 가을이 실감나더라.
이 녀석들은 홍잣빛으로 물들어 바람에 날리면 정말 예쁘다.


고분재를 지나 바라산 정상에 도착.
이때는 오후 6시가 넘어,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바라산 정상, 백운호수와 모락산이 보인다]


바라산을 내려와 바라산재에서 하오고개를 앞에 두고 하산을 결정했다.
몸을 풀어 보충한 체력도 이때쯤엔 달랑거려 국사봉을 넘어 청계산을 야간종주하는 것은 무리라 판단했다.



북골로 내려와 학의리에 도착하니, 해가 지더라.
백운호수를 낀 이 근처는 꽤 유명한 카페촌이다. 이종환 씨의 쉘부르도 바로 이곳에 있으니.
갈증이 심하고 덥기도 해 상점에 들어가 캔맥주를 샀다.
마시는 그 순간, 온몸에 그대로 흡수되는 듯한 그 맛이라니. ㅎ
흑맥주 아사히.
기억해 두마. 도시에서는 절대 그 맛 그대로는 안 나겠지만.

학의리에서 버스 타고 의왕시로 나와 인덕원으로 이동.
집에 와 오늘 걸은 거리를 재 보니, 14km는 족히 되겠더라.
세 산 모두 정상이 600m가 채 안 되고 고도 변화도 별로 심하지 않아, 5시간 만에 걸은 듯하다.

팔자걸음으로 보행을 바꾸니, 왼발목이 내전하지는 않는데... 여전히 발목은 왼쪽만 뻐근하구나.
오른쪽 다리의 근력을 따로 키우는 수밖에 없겠다.

덧글

  • 2009/09/03 16:24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신독 2009/09/03 18:24 #

    조금씩 상태 끌어올려 여기까지 온걸, 뭐.
    처음 제대로 걷자 생각한 게 2007년 초였으니, 벌써 3년째 되가네.
    무리시켜 봤자 돌아올 건 고통뿐인 걸 이젠 몸이 더 잘 알아. 내 몸은 이제 상당한 '겁쟁이'라구. ㅎㅎ
  • 신독 2009/09/06 13:53 # 삭제

    좋은글 감사합니다
  • 신독 2009/09/06 21:31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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