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관악산 - 자하동천에서 노닐다 by 신독

몇 달 전부터 삼성산과 관악산을 함께 종주하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계속 따로따로 가게 되더라.
그것도 종주 코스가 아니라,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식으로.
어쩌다 보니…… 토막 산행으로 종주 코스를 다 돌아본 격이 되어 이제는 그다지 종주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ㅎ
겨울에나 한 번 해 볼까 싶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오랜만에 계곡 산행을 다녀왔다.
관악산의 자하동천. (우리 산들에 많이 붙어 있는 계곡 이름 중 하나다. 꽤나 도교적이지 않은가? ㅎ)

1. 산행기록

ㅇ 날씨 : 땡볕, 불볕더위. 건조한 태양에 살이 익는다.
ㅇ 총시간 : 6시간
ㅇ 경유지 : 정부과천청사 - 과천향교 - 자하동천 - 연주암 - 연주대 - 자하동천길 하산


2. 관악산 산행 기점 지도

3. 산행 메모

처음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서울대 입구에서 삼성산 칼바위능선을 지나 장군봉과 삼막사를 거쳐 무너미 고개, 관악산 팔봉능선, 연주대, 마당바위, 사당역으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를 계획 중이었으나……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더라.

이렇게 건조하고 무더운 공기 속을 능선 종주로 가로지를 생각을 하니, ‘맛 가기 쉽지 -_-’ 싶은 데다…… 지난주에 폭우가 내렸던 것이 기억나 계곡 산행으로 계획을 급전환했다. (1000미터가 안 되는 서울 주변의 산들은 물을 오래 가두고 있지 못한다. 가물면 계곡수는 애처로울 정도로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과천으로 가서 정부과천청사역에서 하차, 자하동천길로 코스를 잡았다.
과연, 예상은 틀리지 않아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이 우글거리며 튜브 타고 신 나게 물놀이 중이더라.
돗자리 깔고 오수를 즐기는 과천 시민들 사이를 지나 나만의 휴식처를 찾기 위해 발을 재게 놀렸다.

예상대로, 폭우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물이 참 많았다.
하류의 수량으로 보아 상류에도 물이 많겠다 싶었는데, 과연이더라.
가문 날이라면 바닥을 드러내었을 상류에도 차가운 계곡수가 ‘탕’을 이루고 있었다.

자하동천을 중간쯤 올라가, 드디어 인적 드문 터를 찾아냈다.
배낭에서 돗자리 꺼내고, 등산화 벗은 맨발로 계곡물에 발부터 담갔다.
산이 깊으면 여름이라도 얼음물 같기 쉬운데, 날이 덥긴 더웠나 보다.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냉기라 허벅지까지 계속 물에 담근 채 있었으니까.
시원한 계곡의 탁족,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아…… 정말 자리를 뜨기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민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냉탕에 너무 오래 있었더니 슬슬 추워지더라. 이러다 감기 걸리면 바보짓이다 싶어 짐을 챙기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연주암에 도착하니 다시 몸에 땀이 돋기 시작했다. 달달한 자판기 커피 마시며 잠시 쉬었다.





연주대에 가는 중간, 계단길에 설치한 전망대에 섰지만, 조망이 좋은 날씨는 아니라 그리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더라.
이곳에서 보는 연주대는 언제 보아도 절경이다.



연주대에 올랐을 때는 5시 정도.
절벽에 돌을 쌓아 평평하게 터를 만들고 세운 암자에 서면 서울이 한눈에 보인다. 스모그 때문인지 조망이 그리 좋지 않은 날이라 입맛을 다시다 발길을 돌렸다.

그 시간에도 사람은 참 많았지만,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외면하지는 못해 3천원 내고 한 사발 쭈욱, 아……, 산에서 먹는 찬 막걸리라니. 마늘종과 멸치 안주만으로도 술맛은 너무 좋더라.

거의 야사에 가까운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관악산은 고려 때의 강감찬 장군이나(그의 생가가 이 근처다. 사당역 옆의 낙성대역은 그가 태어날 때 별이 떨어졌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 낙성대 공원에 가면 말을 타고 호령하는 그의 동상도 있다), 세종의 두 형인 양녕, 효녕에 얽힌 이야기들이 무성한 곳이다.

가끔, 산에 얽힌 역사들을 찾아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관광 안내 책자에 나오는 명사들의 이야기나 풍수에 얽힌 이야기들 말고,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왠지 편안한 휴가를 다녀온 느낌이다.
원래 이럴려고 계획한 산행은 아니었는데. 긁적. 뭐,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은, 오랜만에 여유를 즐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