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끝 (The)childhood's end》 아서 C. 클라크ㅣ 소준선 역ㅣ (주)나경문화ㅣ 1992.4.20(1953)재난 영화는 그럴 듯한 그림을 보여 주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기 마련이지만, 재난에 휩싸인 개인들을 제대로 보여 주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인간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서 클라크 경의 글쓰기는 참으로 특이하다.
재난 영화로 치면, 등장인물 대신 재난을 가져오는 태풍이나 화재, 조난 자체에 집중하는 글쓰기랄까?
그런데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가 그리는 거대한 스케일의 우주적 신비가 어떤 등장인물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에.
<유년기의 끝> 또한, 기억할 만한 등장인물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물보다는 우주인의 방문 이후 일어난 지구의 변화가 훨씬 흥미롭더라. 60여 년 전에 쓰인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관점 때문에 낡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미스터리로 감춰진 우주인 ‘오버로드’의 진정한 방문 이유 또한 굉장했다.
밝혀지는 과정뿐 아니라, 그 상상력의 스케일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글의 절정을 때리며 독자를 몰아가는데…… 아아, 이런 감정은 ‘오르가즘’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전율’이라는 표현으로는 너무 부족해.
(과연 당신은 ‘경’이라 불러 마땅한 분이더이다.)
헌책방에서 산, 해적판 냄새마저 나는 수상한 책이었지만 만족 100%다.
번역도 나무랄 데 없었고, 맞춤법이 바뀌기 전인 걸 생각하면 교정도 괜찮았다.
하긴, SF팬을 자처하는 출판인이라면 이 책을 대충 찍어 내는 짓은 도저히 못했을 것이다.




덧글
滿月 2009/08/04 15:10 # 답글
이 작품이 유명해서 구해 보려 해도 없더군요. 헌책방을 뒤지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듯 합니다.
신독 2009/08/04 15:19 #
시공사에서 2001년에 번역을 했죠. 재판을 한 번 더 했지만, 그것도 절판된 거라 도서관이 아니면 보기 힘들 겁니다. 이 책은 헌책방에도 잘 안 나오더군요. ㅎ
다라나 2009/08/04 16:09 # 답글
도시와 별도 재밌어.낙원의 샘도 재밌고.
신독 2009/08/04 19:57 #
이분 글을 읽으면... 글쓰기에 꼭 영향을 받드라. -_-a가끔씩만 봐야 해. 이런 스타일 글은 아무나 못 쓴다구.
소예 2009/08/04 20:35 # 삭제 답글
참 잘도 구해...
신독 2009/08/04 22:32 #
헌책방에서 책 사는 건, 미팅하고 비슷해.자주 나가 봐야 킹카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고, 인연이 있지 않으면 애써 봐도 못 만나니까.
클라크 경은 아마도 나와 인연이 좀 있나 봐.
아시모프 책은 아직 한 권도 안 읽었는데, 클라크 경의 책만 자꾸 걸리니 말이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