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랑블루 Le Grand Bleu (The Big Blue, 1988/1993) by 신독


감독 : 뤽 베송
배우 : 장 마크 바 (자크 역)/ 장 르노 (엔조 역)/ 로잔나 아퀘트(조안나 역)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이 영화 얘기를 해서일까, 블로그 장식용 이미지를 찾다 돌고래를 만나 그럴까.
갑자기 그랑블루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스의 작은 어촌.
소년 자크는 아버지가 잠수 사고로 죽은 후, 바다와 돌고래를 가족으로 여기며 외롭게 성장한다.
그에게는 엔조라는 친구가 있었고, 둘은 잠수 실력을 겨루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성인이 된 자크는 오랫만에 엔조와 재회하고 잠수 챔피언인 그의 초청으로 무산소 잠수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 대회에서 여기자인 조안나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대회에서는 자크가 소년 시절에 이어 엔조에게 또 한 번 이긴다.
엔조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최고가 되고 싶어 자크의 기록을 깨고자 도전을 계속한다.
마침내 인간의 한계를 넘는 깊이까지 잠수하나... 죽는다.

자책감에 시달리는 자크.
그리고 그는 바다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에 끝없이 괴로워한다.
조안나가 말했듯, 그는 육지에서는 물 밖에 끌려나온 돌고래처럼 어색해 보였으니.
스스로 말했듯, 바다 속에서 유일하게 괴로운 시간은 물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할 때였으니까.

푸른 어둠이 잠긴 어느 날 밤.
자크는 심연 속으로 끝없이 잠수해 들어간다.
그의 아이를 밴 조안나의 눈물 어린 배웅을 받고서.
산소통도 없이 들어간 심연.
한가닥 줄에 의지한 자크의 곁에 오랜 친구인 돌고래가 다가온다.
줄과 돌고래, 어색한 세상과 영혼의 안식처인 바다.
자크는 세상과 연결된 마지막 끈을 놓아 버리고 돌고래와 함께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

* 줄거리는 무비스트 닷컴의 시놉시스를 참고해 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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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 때 본 영화다.
우정과 사랑, 이상과 현실이 슬프고도 아련하게 조화되어 있던 영화.

엔조를 이해했다.
너무나도 자크를 좋아했지만, 한 번이라도 친구를 이기고 싶었던 그를.
자크에게 지고서 망연하여 씁쓸하던 그 눈빛을 잊지 못한다.

자크도 이해했다.
마냥 순수하기만 했던 그의 깨끗함은 세상에 어울리지 않았다.
돌고래와 함께 심연 속으로 사라지는 엔딩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자살이 아니라 자유를 얻은 것이었으니.

그러나 조안나의 비통함은 어떨까.
영화 속에서 그녀는 마지막임을 알면서도 자크를 바다로 보내 주었다.
그것이 장차 태어날 아이와 함께 짊어질 천형이 될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나는 자크보다는 엔조가 더 좋았다.
무책임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였으니.
하지만... 세월이 조금 더 지난 후, 나는 잔인한 진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남겨진 자의 몫은 그 사람의 몫일 뿐이다.
인간은 함께 사는 존재이지만, 누군가를 진정으로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더라.
어쩌면... 진실이 아니라 변명일 수도, 위안일 수도, 포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돌이켜 이 영화를 떠올리면, 언제나 '아름다웠다'는 감상만 떠오른다.
영화를 이끈 두 사람이 죽었고, 남은 한 사람의 예고된 불행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은 조금쯤은 불행한 이들이다.
개봉 당시 군에 있었던 나를 포함해서.

☞ Queen and The Big B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