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북한산 12성문 종주 by 신독

북한산 종주는 사람마다 코스를 달리 잡는 편인데,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흔히 [강북 5산 종주]라 부르는 [불수사도북 -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코스(무박 2일 코스, 마라톤 경험이 있어 능선을 뛸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보통 20시간쯤 걷는다)의 북동-남서 능선 종주 코스다. 북동쪽의 상장봉 능선에서 시작해 남서쪽의 비봉 능선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또 하나는 북한산의 산성 12성문을 빙 둘러 종주하는 코스다.
원효봉 능선의 시구문(서암문)에서 시작해 북문, 위문,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청수동암문, 부왕동암문, 가사당암문, 대서문으로 끝나는 12개다.
이에 대서문과 시구문 사이의 수문지와 북한산성계곡의 중턱에 있는 중성문까지 합쳐 14문 종주를 하는 분들도 있다.

원래는 대서문으로 내려와 수문지 찍고, 중성문까지 본 다음에 대동문으로 올라가 진달래 능선으로 내려오려고 했지만... 시간이 모자라 수문지만 보고 내려왔다. 해도 떨어지려 하고... 배도 고프더라. -_-a

1. 산행 기록

ㅇ 날씨 : 맑은 가운데 약간 구름 낌. 전망만 좋았다면 산행에는 정말 완벽했을 날씨.
ㅇ 총시간 : 8시간 (오전 10:30 - 오후 18:30)
ㅇ 경유지 : 시구문(서암문) - 북문 - 위문 - 용암문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부왕동암문 - 가사당암문 - 대서문 - 수문지


2. 북한산 개념도

3. 산행 메모

북한산은 안 가 본 계곡, 안 가 본 봉우리가 거의 없지만... 이 성문 종주 코스는 나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1999년에 이 코스를 종주하다 의상봉 능선에 있는 나월봉 릿지에서 추락했기 때문이다.
다시 걷게 된 후, 나월봉에는 딱 한 번 가 보았다.
자꾸 추락하는 꿈을 꾸는 게 지겨워 나월봉까지 가서 "안 무서워!" 한번 소리치고 다시는 안 갔다. ㅎ

백두대간 타기 전에 발목 점검도 할 겸, 끝내지 못한 성문 종주를 끝내기도 할 겸, 마음 가다듬고 의정부로 갔다.
가능역에서 내려 34번을 타고 효자동에서 하차.
시구문길로 접어들었다.

시구문을 지나 원효봉의 북문을 찍고 상운사쪽으로.
염초봉은 릿지 구간이라 우회한 것이다.
릿지화를 사고도 싶으나... 사면, 또 바위 타고 싶을 게 뻔한지라... 외면 중이다. -_-a (캠프라인 밑창이 글케 짝짝 달라붙는다던디... 쩝쩝)
곧장 위문으로 달라붙어 백운대 살짝 외면해 주고, 만경대를 우회해 용암문으로.
용암문부터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는 하지만 북한산의 다른 능선 길들에 비하면 아주 편안한 길이다. 속보로 산행하시는 분들은 이 코스를 뛰다시피 해 시간을 줄인다.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에서 시작되는 비봉 능선을 보며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
청수동암문(북한산성의 출입구 중, 눈에 잘 안 띄도록 만든 문을 암문이라 한다. 위문도 예전에는 백운동암문이라 불렸다)을 지나자 슬쩍 몸이 긴장되더라.
바로 10여 년 전 추락했던 그 구간이다.
나월봉.
지금은 나월봉 릿지길을 '위험구간'이라 막아 놓았지만, 내가 다닐 때만 해도 이곳엔 그런 표지가 없었다. 꽤 스릴 넘치는 릿지 길이라 무척 즐겼지만... 아차 하다 추락.
(릿지화나 암벽화를 신으면, 바위에서 떨어질 것이란 생각이 잘 안 든다. 워낙 바위에 잘 붙는 밑창이다 보니. 그래서 점점 산을 무시하게 되어 확보물이나 안전 장치도 없이 암릉을 즐기게 되는데... 아차 하면 그냥 추락이다. 산은 단 한 순간에 사람을 버린달까?)

근데, 막상 떨어진 곳에 가 보니 별 감흥이 안 나더라.
그곳에서 6시간이나 구조 기다리며 발발 떨었건만.
이제는 그저 과거인가 보다. 하긴,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시간이 지났으니.

나월봉을 지나 부왕동암문 찍고, 곧장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을 거쳐 가사당암문에 도착했다.
이 서쪽의 능선이 의상봉 능선인데, 북한산의 정취를 호젓이 맛보고 싶은 분은 이곳에 가 보시라.
동쪽 능선은 90년대 내내 성벽 보수 공사를 하여, 그라인더로 반듯하게 깎아 쌓은 새로운 성벽이다. 이곳도 한 100년 쯤 지나면, 삼각산과 어울려 그런 대로 맛이 날 텐데... 이전부터 북한산을 즐기신 분들은 이 성벽을 보실 때마다 입맛을 다신다. 아직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너무 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서쪽 능선은 암문들만 보수했을 뿐, 대부분의 성벽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정으로 친 것이 분명한 굴곡진 성벽을 보노라면, 왠지 애상에 젖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코스는 동쪽의 주능선에 비해 사람들이 잘 찾지도 않을 뿐더러, 은근히 험하기 때문에 찾는 이가 별로 없다. 평일에 가시면 나처럼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가사당암문을 지나 의상봉을 넘어 대서문으로 하산.
대서문에서 수문지로 내려오는데, 매표소(요즘은 탐방지원소라 하더라) 안쪽의 북한산성 계곡에 있던 음식점들이 싹 철수했더라. 빈집들이 즐비하다. 주민들이 써붙인 현수막들로 보아, 제대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냥 비우라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꽤 지저분하던 계곡물이 정말 맑아졌더라. 확실히... 사람 손만 안 타면 계곡은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

수문지를 지나니 이곳에 턱 버티고 있던 수영장은 아예 철거를 해 버렸고, 철수시킨 음식점들을 한 곳에 모으려는지 탐방지원소 외곽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을 완공하고 난 후, 철수시켰어도 되었을 텐데... 관리 공단에서 계곡을 정화시키는 것을 우선 순위로 잡았나 보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장사를 못하는 상인들 생계는 어찌할까나...? 대책은 세웠겠지만... 현수막들로 보아 모두를 만족시킨 것 같지는 않더라.)

하산하니, 8시간 경과.
무릎이 조금 묵직해지긴 했으나 발목도 괜찮고, 페이스도 떨어지지 않았다. 만족.

이제 강남 7산께 인사드릴 차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