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 1, 2》 이수영 by 신독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 1, 2 ㅣ이수영| 청어람| 2007.10.31 ]


벌써 나온 지 한 해가 훌쩍 넘은 글인데, 2년 동안 거의 잠수하며 살다시피한 터라 이제야 이 책을 읽었다.
그 당시, 이수영 님이 로맨스를 두 권으로 출간하셨다는 말을 듣고, “오! 그분이 로맨스를?”했더랬다.

로맨스를 못 쓸 작가라 생각한 건 절대 아니었다. 한국 판타지계의 레전드 중 한 분이지만, 로맨스 또한 아주 잘 쓸 작가라 생각하고 있었다. 여태 내신 책들에도 쏠쏠하게 사랑 얘기가 등장했을 뿐 아니라, 심심찮게 남주를 사모하는 조연남들이 나오지 않았던가. ㅎ

하지만 이수영 님이 쓴 로맨스 소설에 대한 나의 기대는 다른 게 아니었다.
워낙 남자를 남자답게 그리는 분이기에 오랜만에 흠뻑 공감하며 로맨스 소설을 보겠구나 했던 것.

기대한 그대로였다.
과연 이수영!
남자가 남주에게 제대로 공감하며 로맨스 소설을 보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노릇인데, 이 글의 주인공인 서태경에게는 아니 공감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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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이 암시하듯 이 글은 일종의 뱀파이어물 비슷한 설정인데, 남주인 서태경은 인간이 아니다.

뱀피물 또한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설정을 어떻게 푸셨나 궁금했는데,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특성을 조금씩 섞어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 사회 속에 녹아 사는 ‘일족’으로 만드셨더라.
(뱀피물은 대개 뱀파이어를 인간이 아닌 존재를 넘어 인간 이상의 존재, 그러나 인간을 그리워하는 존재로 그리기 마련인데, 역시 칼 같은 이수영 님. 이 글의 일족은 절대 인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런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안 나온다. ㅎㅎ)

만족도가 무척이나 높은 소설이었지만, 읽는 내내 짜증을 냈던 캐릭터가 있었으니……, 서태경의 동생인 서태호였다.

굉장히 매력적인 외모에 여자들이 줄줄 따르는 인기남, 막강 권력을 자랑하는 일족의 수장, '짐승들의 왕'인 형까지 둔 데다, 타고난 피로 인해 능력 또한 최상급.
그런데 이놈은 여주와 남주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사고뭉치다.
어떤 사고를 치든 형이 나타나 해결해 준다.

죽을 뻔한 위기를 벗어나 여주의 집에 숨어들어 최정연과 처음 만나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서태호는 여주에게 사랑을 느낀다.
(서태호가 최정연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은 대중적 로맨스의 전형을 밟는다. 매력남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러나 그다지 관심 없어 보이는 여주, 자신에게 관심 없는 여자가 신기해 툭툭 건드려 보는 매력남, 그러다 여주를 사랑하게 되는 매력남. ㅋ)
여주를 거의 죽이다시피한 채 방치해 버려, 그 사고를 수습하느라 나타난 형 서태경과 여주가 만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딱 이 역할까지만 하고 안 나타났으면 했지만, 이 소설의 온갖 사건을 만들어 주는 존재가 서태호이다 보니 그럴 수가 없다. -_-a
(게다가 로맨스 소설에서 어찌 삼각관계를 빼겠는가. 그것도 친형제 간의 자극성 높은 삼각인데)

서태호 이놈은 딱 남자 ‘패리어드’다.
어떤 사고를 치든 주위에서 알아서 막아 주어야 하며, 어떤 여자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는 어딘가 이상한 여자다. 그만큼 저항 불능의 절대 매력을 풍기는 매력남이시다.
패리어드와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 자리를 꿰차지 못해 다른 등장인물들에게서 패리어드와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조연들이 서태호를 사랑까지 해 주었다면 내 짜증은 정말이지 승천해 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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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와 남주 모두에게 감정이입이 가능해 오랜만에 굉장히 만족하며 본 로맨스 소설이었지만,
(15세 가능 정도의 상당히 수위 낮은 섹스 장면이 나오지만, 호……, 살짝 흥분도 되더라. ㅋ)
마무리가 좀 아쉬웠다.
이수영 님 글을 보며 마무리가 아쉽다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더 아쉽더라.

유가 일족에게 납치당한 최정연이 영화 <<퀸 오브 뱀파이어>>의 그녀처럼 멋진 카리스마를 내뿜는 절정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어쩐지 그 후의 이야기가 전부 사족 같더라.

그 원인 또한 나의 짜증남 서태호 때문 같다.
이놈은 이때쯤에는 찌질스러울 정도로 최정연과 서태경의 부담이 되는데, 이후의 분량 대부분은 내 보기엔 이놈을 용서하기 위한 장면들이다.
최정연이 안전하게 출산을 하도록 도와주는가 하면, 몇 번이나 싫다고 최정연이 입이 닳도록 말해 주어도 못 알아 먹는자식이 나름대로 순정남의 역할까지 하고야 만다. OTL

이때까지 온갖 짜증을 유발시킨 놈이 나름대로 괜찮아진 모습을 보이며 모두 다 행복한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데, 내 성격상 서태호 같은 놈은 친동생, 친조카라 해도 용서가 안 되는 거라.
흡사, 미드 <<24시>>의 그 전설적 짜증녀 킴벌리(주인공 잭 바우어의 딸. 온갖 사건을 저지르고 다니며 우리의 잭을 힘들게 한다)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니……, 이 아쉬움은 사실 상당히 주관적인 나의 짜증에 연유한 것이다. -_-a
(그래도…… 서태호 이 자식, 넌 너무너무 재수 없어!)


※ 애니 <<에반겔리온>>과 <<카우보이 비밥>>에도 쓰였던 올드 팝, Fly me to the moon. 예전엔 이 노래 가사가 이런 건 줄 몰랐는데. 노래의 참맛을 이수영 님은 글 속에서 참 잘 살리셨다.

Poets often use many words to say a simple thing.
It takes thought and time and rhyme to make a poem sing.
With music and words I've been playing.
For you I have written a song
To be sure that you'll know what I'm saying,
I'll translate as I go along.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ever 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 Fly me to the moon- Nat King Cole

덧글

  • 하지은 2009/01/27 23:33 #

    아, 이거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여태 못 봤네요.
    오라버니 리뷰를 읽고 나니 보고 더 싶어졌어요.
  • 신독 2009/01/28 00:35 #

    산 책 다 보기 전까지는 새로 안 산다며? ㅎㅎ
  • 다라나 2009/01/29 19:14 #

    http://smire.egloos.com/4828102
    여기 보면 전에 우리가 마신독행에서 얘기했던 게 실제로 있네. 역시 현실이 더 소설스러워.
  • 신독 2009/01/30 00:09 #

    @@
    그러게.
    관련 서적을 함 찾아봐야겠다. +_+
    고마워. ^-^
  • 김지혜 2009/09/28 11:01 #

    아아..저도 패리어드를 정말정말정말 무진장 싫어해요!!!!!!!! 이수영님에게 불만이 하나 있다면,왜 패리어드를 그리 짜증나게 만드셨습니까..입니다. (나머지는 쵝오~!!!) 책을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꼭봐야겠어요^^
  • 신독 2009/09/28 11:12 #

    옷. 동지시군요. +_+ 조금 있으면 "싸우는 사람들"도 책으로 나올 검다.
  • 누리사랑 2010/04/16 23:38 #

    하하 저도 이거 정말로 재미있게보았지요.
    저는 이 소설때문에 플라이 미 투 더 문 이란 노래를 광적으로 좋아하게되어버렸어요. 흑흑
  • 신독 2010/08/05 23:15 #

    참 여러 가수가 불렀지요. ^^
  • J의 이야기 2010/08/16 23:14 #

    '패리어드 이 시바라아앙라ㅏ!!!!!!!'(...)
    진짜 서태호 보면서 패리어드가 삐뚤어진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우, 정말 공감가네요.
    ...근데 서태호의 마지막 모습은 좀 불쌍하더군요.. 아무튼 남주 여주 둘다 훈훈한게 좋았습니다!
  • 신독 2010/08/18 15:40 #

    역시 패리어드와 서태호는 닮았다니까요.
    (서태호의 마지막은 불쌍해서 더 짜증 났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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