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 최우, 《공수분리》, 2003/2/17 by 신독

어깨에 힘을 뺀다 생각해도 단번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
예의를 갖춰 말하고는 있지만 작가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살초들을 너무 많이 날린 글이다. 흐...
얼마나 아팠을까? -_-;

인과는 돌고도는 것인지, 수염 님께 했던 그 말들은 두 번째 내 글 <<무적다가>>를 쓰며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다.
지금은 이해한다. 왜 초심을 지키지 못하고 흐름이 바뀌게 되는지.
초보 요리사는 항상 욕심이 많아 재료를 조화시키지 못하고 요리를 망치기 마련이다.
이때의 수염 님도, 둘째 글을 쓰던 나도 그랬다.


[공수분리 (전 4권) ㅣ최우| 글탑| 2003.02.08 - 05.01]

1. 키치적 설정의 자유로움 - 작가의 의도는?

공격수와 수천억!
솔직히 이 이름들을 처음에 보고 움찔했습니다.
칠정검칠살도의 내용과 전혀 안 어울리는 작명에 분노에 가까운 무성의를 느꼈던지라. (재미있고 황당한 이름을 설정했으면 그런 내용이 나와야 작명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진지한 내용에 장난스런 작명을 했을까. 어쩌면 이 정도도 제 굳어 버린 기성의 아집일지 모릅니다만. ^^;)
다행히 공수분리는 작명과 설정이 배치되지는 않더군요.
(분명히 제가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전 웃기더라도 진지한 가운데 웃기는 걸 좋아하는 별난 놈이라)
 
공격을 맡은 공격수는 내성적인 성격입니다.
수비를 맡은 수천억은 외향적이지요.  
 
배울 무공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이 모순으로 인해 겪게 될 해프닝들을 기대하게 하는 설정이지요.  
 
사문에 인증을 받기 위해 양피지에 지장을 받는 설정도 자유로웠습니다.
 
한마디로 공수분리는 "야야야! 내 멋대로 신나게 써볼래!"라는 작가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해 흥미 있었습니다.  
제가 즐기는 유형은 아니었지만 기대를 갖게 했지요.
(미스터 부라는 만화 아세요? 그 말도 안 되는 황당함의 연속. 그러나 상당히 웃겼지요. 재밌게 본 만화입니다.^^ 공수분리의 초반은 미스터 부의 키치적인 발랄함을 느낄 수 있더군요. ^^)
 
제가 부딪친 문제는 공수분리의 이야기 전개가 부자연스러운 곳이 많이 보였다는 거지요.
그러나 이 글은 ‘말도 안 돼’라는 비판은 필요 없는 설정의 무협입니다.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한 설정이 아니었다고 보았으니까요.
자유분방한 설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묘한 것은, 이런 전개상의 부자연스러움이 3권에 들어서면서 현저히 줄어든다는 거였죠.
저는 처음엔 작가의 필력이 안정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공수분리 고정팬들의 생각은 좀 다르더군요.
아래의 단애 님이나 연선자 님 말씀처럼 고정팬들은 3권부터 진지해지며 원래 재미가 떨어지는 듯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아마도 수염 님은 처음의 설정을 진행시키시다 조금 욕심을 내신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공수분리 초반 전개의 장점은 그 분방한 설정의 자유로움과 상황의 부조화였는데, 정작 3권을 넘어가서는 진지한 개연성의 추구를 한 듯 보이거든요.
 
가벼움과 무거움,
웃음과 진지함의 조화는 모든 작가들이 꿈꾸는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이 조화가 작품 전반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제가 보기엔 1,2권과 3,4권의 느낌이 크게 다른 듯하더군요.
 
굳이 말하자면 1,2권은 가벼움을 추구하는 독자를 위해 3,4권은 진지함을 추구하는 독자에게 맞다고 할까요?
이는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은 극히 주관적인 저만의 감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감히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
다른 분들의 의견, 특히 이전에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 조룡회분들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2. 격수와 천억의 뒤바뀐 성격에 대하여

공수분리의 설정의 기발함이란, 공격만 하는 무공과 수비만 하는 무공의 분리 그 자체에 있을 것입니다.  
 
공격수와 수천억의 성격과 무공의 모순은 그 다음이랄까요?
캐릭터의 설정이 무공의 설정보다 하위에 위치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 무협의 추세는 캐릭터의 강조로 옮겨 가고 있는 중이지요.
먼치킨이라는 이상한 조어로 강조되는 것처럼 멋지고 무공 잘나고 여자 잘 따르고…… 이런 것은 사실 부가적 사항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캐릭터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냐 라는 거겠지요.
독자가 매력을 느끼게끔 여러 은밀한 장치들을 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의도일 것이고, 이는 대중문학이라는 장르의 특징상 자연스럽다 하겠습니다.
저만 해도 판판히 깨지는 답답한 주인공이 나오는 무협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현실에서 벗어나는 통쾌함을 느끼고자 무협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무협에서마저 답답한 주인공은 보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을 갖는 독자가 대다수일 겁니다.  
 
그렇게 때문에 작가는 주요 캐릭터를 창조할 때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고자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의 무협 중에는 무상검이 이 점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생각하고요.  
에피소드의 나열이란 느낌이 없지 않지만 독자의 수요분석을 가장 정확히 하고 쓴 무협이라 생각했지요. 작가가 가져야 할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처녀작을 내는 작가에게 있어서는 더욱요.
 
일단 팬층이 확보되어야 자기가 쓰고 싶은 무협을 쓰지 않겠습니까?

문인으로서 이런 마케팅적인 사고를 통해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방법으로 데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야말로 취미로 작가생활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프로 작가로서 프로 의식을 갖고 직업인으로 작가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런 고려도 필요하다 생각하는 편입니다.
 
공수분리는 이런 면에서 참 아쉬운 작품입니다.  
모티브는 굉장히 참신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격 무공과 수비 무공의 분리, 그 통일.
멋진 구상이었죠.
 
다만 거기에서 한 번 더 비튼 것이 글의 전개를 어렵게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격수는 참으로 공격적인 무데뽀로 나오고, 수천억은 참으로 참을성 많은 독수리 5형제의 5호처럼 나왔으면…… 했습니다.  
 
그렇다면 성격의 모순 때문에 전개 중 캐릭터가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고, 사건을 통해 인간적인 성숙을 하는 진지함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 부여를 위해 무공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성격을 가지도록 설정을 한 것이 공수분리에겐 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소설 속의 캐릭터는 일단 글에 안착하면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공격수의 지극히 수동적인 성격 때문에 시원히 쭈욱 물살을 타야 할 사건이 멈칫거리게 되고, 수천억의 성급한 성격에 수비밖에 할 줄 모르는 무공으로 인해 독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아쉽게도 빙빙돌와를 삼킨 수천억이 의선을 만나러 주연과 떠나며 공격수와 헤어진 시점부터, 스토리는 무게감마저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곳부터가 오히려 읽기에 편했습니다.
개연성이 탄탄해져 간다는 것이 눈에 보이며 제게 익숙한 무협이 되어 갔던 거지요.
그래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공수분리 1,2권은 기묘한 설정과 웃음으로 몰입을 꿈꾸는 독자에게(지금 무협시장을 좌우하는 10대의 수요가 보통 이런 종류라고 알고 있습니다.) 공수분리 3,4권은 2세대 무협에 익숙한 진지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제가 흔히 말하는 중고독자들입니다.) 각각 적합하다고요.  
 
저는 중고독자에 속하는 편입니다. 개연성이 탄탄한 글을 좋아하고 읽고 난 후 한 가닥 감상이 생기는 글을 좋아합니다.  
그런 제게 3,4권은 좋았습니다.
 
1,2권은 독자의 수요를 분석하고 거기 맞춰 쓴 글이구나 했습니다.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었죠.
 
이는 모순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글을 쓰면서 필력이 향상되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무공의 설정을 생각하니 처음 설정에서 한 번 더 비틀어 격수와 천억의 성격을 바꾼 것이 모든 원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형적 인물의 성격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갔다면, 공수분리가 갖고 있던 1,2권의 장점. 분방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스토리의 무거움으로 희생시키지 않고도 3,4권을 끌고 갈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작가 수염 님의 의도는 이러이러했을 것이다 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판단은 이 글을 읽으실 수염 님과 공수분리의 다른 독자들의 몫일 겁니다.  
 
공수가 분리된 무공으로만 승부를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주인공들의 성격을 뒤바꾼 것이 결국 전개에 부담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3. 스토리와 인물, 설정 간의 관계

일단, 무협동화라는 말씀에 일면 동의합니다.
저는 두 글자를 덧붙이면 작가의 원래 의도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무협 '코믹' 동화. ^^;;

초반 설정이 굉장히 멋대로의 설정이었죠.
제가 만화 '미스터 부'를 생각했다는 말씀을 드렸죠?
 
미스터 부의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황당한 엽기 행동들을 합니다. 그게 자연스럽죠.
그 중에 진지한 인물이 끼게 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해서 그 사람이 웃깁니다. 그러다 보면 진지한 인물도 어느새 망가져 있죠. ^^

제가 공수분리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그랬습니다.
공격과 수비를 분리했고, 어울리지 않는 성격으로 딜레마를 부여했고, 이상한 인증절차로 양피지에 지장을 받아오라고 시키죠.
 
이런 초반의 느낌 때문에 소설의 개연성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고 볼 수 있었습니다. 뭐, 개연성에 딱딱 맞춘다는 걸 아예 무시하는 글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죠.
제가 보기엔 작가의 의도가 그거라고 느꼈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초반의 의도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쉽다가 제 감상입니다.
전 글에서 이미 말씀드렸지만, 이야기 전개가 진행되면 될수록 개연성이 탄탄해져 갔습니다.
 
다른 글에서라면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터인데.
공수분리는 개연성을 위해 분방한 설정이 희생되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작가가 두 마리 토끼를 욕심낸 게 아닌가 생각했지요. ^^;
 
대청수 님도 말씀하셨지만 공수분리는 "꿈과 현실"이라는 무협 소설의 외줄타기 중 꿈 쪽에, 그것도 자유로운 웃긴 꿈 쪽에 가까웠습니다.
공수분리의 매력은 이것이었죠.
 
아쉽게도 3권 이후 현실에 더 치중한 모습이 보이더군요.
아마 그런 모습은 안심해를 만난 이후 조금씩 시작되었다고 보입니다.
단천검 사건에 휩쓸리면서 그렇게 현실적인 모습을 조금씩 띄었죠.
(말이 많아지네요. 답글로 해야겠습니다. 에그.)
 
스토리 자체가 그런 위험성이 다분했다고 해야 할까요?
 
공수분리의 초반 설정에 웃음을 주었던 탄력적인 요소들.
전술한 요소 외에 오유강의 설정과 그 종 서곤, 여운. 이 세 명의
인물이 초반에 중요한 웃음의 요소를 주었지요.
어릴 적 제자 자리를 뺏긴 오유강이나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도 주인을 위하는 서곤, 여운.
 
수천억이 먹게 되는 빙빙돌와(개구리 이름 중 이런 이름 본 사람 있습니까? 다분히 키치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이지요.).
여러 요소들이 톡톡 튀는 면이 많이 있었는데,
스토리 자체는 정통의 무거움을 갖고 있었다고 봅니다.
 
『 사문의 인증을 받기 위해 하산한 두 젊은이가
    강호를 위협하는 단천검 실종 사건에 휩쓸려
    위기와 모험, 사랑을 경험하며
    점점 성장을 거듭하고 마침내 사건을 해결한다.』
 
굉장히 고답적인 스토리 아닙니까?
 
제 생각에는 수염 님이 스토리를 먼저 구상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시놉시스가 먼저 작성된 채로 소설이 쓰인 것이 아니라, 공격수와 수천억, 공격과 수비의 분리라는 모티브로 이 소설을 시작했고 스토리는 그 후에 구상하신 듯하더군요.
 
본격 스토리가 시작되는 안심해와의 만남에서부터 그 이전에 갖고 있는 공수분리의 멋대로의 설정과 멋대로의 전개가 어떤 룰을 따라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권쯤 전개가 되니, 스토리 전개상 더는 작가 멋대로의 설정이나 전개가 통하지 않은 것 아닐까요?
 
단천검을 찾으러 다니며 이미 수천억과 공격수는 막 하산할 때의 애송이의 모습을 벗어던지며 나름대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물 자체가 진중해지기 시작했지요. 겪은 사건들이 그랬으니까요.
수천억이 좋아하는 주연이나 그의 사형의 죽음 등.
전혀 키치적 설정이 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제 생각의 전제는 이렇습니다.
 
1. 수염 님은 본래 무쟈게 웃긴 글을 쓰려고 했다.
2. 공수분리는 공격과 수비의 분리, 성격과 무공이 모순되는 주인공을 모티브로 잡아 시작된 소설이다.
3. 스토리는 모티브가 잡힌 후에 만들어졌다.
 
만약 이 세 가지 전제가 틀리다면.
 
1`. 수염 님은 진지한 글을 쓰려 했다.
2`. 스토리를 먼저 잡고 글이 너무 튀지 않는 것 같아 좀 웃기기 위해 주인공을 둘로 분리 시켰다. 다른 성격에 다른 무공으로.
3`. 스토리의 무거움을 분방한 설정으로 커버하려 했다.
 
이렇게 되겠지요.
 
어떤 전제가 맞던지 간에 공수분리는 스토리와 분방한 설정이 완전히 조화되지 못하고 글이 전개됨에 따라 스토리의 무거움이 초기의 자유분방함을 잠식했다고 보여 집니다.
 
음……, 4권 수정 중이시라니, 진중하면서도 엽기적으로 조정하심이. 쿨럭;
 
다음 글로 다시 만나요. ^^
오랜만에 댓글 달다 보니 말이 많아졌군요. ㅡㅡㅋ
답글로 합니다.


4. 전체 스토리의 드라마化에 대하여

일단, 저의 집탐글은 몇 가지 전제를 갖고 계속 되고 있습니다.
 
1. 수염 님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글을 구상하고, 공격과 수비의 분리, 공격수와 수천억 작명, 흑로와 백로라는 상반된 사부(이름에서 은근히 음양의 분리를 상징하고 있지요.), 양피지 서명 지장 받아오기 인증절차 등의 설정 등을 그야말로 분방하게 짰다.
 
2. 공수분리 1,2권과 3,4권의 감상의 포인트가 다르다.
1,2권은 부담 없는 웃음과 설정의 즐거움, 3,4권은 드라마의 감동.
 
3. 공격수와 수천억의 성격 설정의 모순이 글의 전개상 무리를 가져 왔다.
 

 
저는 첫 집탐글에서 공수분리의 스토리가 다분히 정통적이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물이나 상황, 배경 설정의 기발함이 스토리의 무거움에 잠식을 받았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을 이끈 주된 요인은 공격수와 수천억의 뒤바뀐 성격에 있다고 보았고요.  
 
그 결과, 1,2권을 부담 없이 즐긴 독자들은 3,4권에 가며 진중해진 글에 실망할 가능성이 있고 1,2권을 너무 가볍다고 본 독자들은 3,4권에 가면 필력의 향상을 칭찬할 거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공수분리의 스토리 구성에 대해 글을 쓰려 합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작가의 고유영역이고 독자가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만, 수염님의 공수분리가 갖고 있는 부조화를 언급하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잠시들 참고 봐주시기를. __)
 
저는 공수분리의 최고 장점을 키치적 설정이라 한 바 있습니다.  
다소 황당하고 말이 안 될 것 같은 멋대로의 자유분방함.
이것이 공수분리의 장점이고 이 장점이 3,4권에 가며 줄어들었다고 말씀드린 바 있지요.  
 
그 주요 원인을 두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을 익힌 무공과 상반되게 설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이 두 캐릭터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과 성격이 결합하며 글이 무거워 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과정을 겪었다고 보는 거지요.  
 
여기에는 공수분리의 스토리의 구성상의 흐름도 한 몫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공수분리를 시각화하여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1,2권은 코믹 광고요, 3,4권은 대하사극이다.
 
1,2권에서 격수와 천억이 겪는 사건은 몇 개의 커트로 이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의 나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권 중반에서 이미 전체 스토리의 대강이 암시되지만, 스토리의 장중함에 인물이나 설정들이 압도될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3,4권에 들어서면 이것이 달라집니다.  
스토리가 돌연 무거워지지요.  
안심해를 찾아 지장만 받으면 될 줄 알았던 스토리가 강호무림 전체를 뒤흔드는 음모와 관련이 있음이 들어나고 격수와 천억은 단천검의 비밀을 풀게 됩니다.
무공도 업그레이드 되지요. 성격도 변합니다.  
 
만일 안심해를 찾아 가볍게 지장을 받아내고 로드무비식으로 좌충우돌 강호의 기인이사들을 괴롭히는 장면들이 즐겁게 이어졌다면 어땠을 까요?
저는 이러한 가벼운 에피소드들의 나열이 공수분리에 훨씬 어울리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수염님은 1,2권을 진행하며 스토리에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를 주입하시려 하신 듯합니다.  
다른 소설이었다면 이러한 방법은 아마도 소설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며 글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을 겁니다.
 
제가 3,4권을 보며 필력이 향상되어 간다라고 건방진 진단을 했던 것도 어찌 보면 이 드라마적인 글의 흐름과 거기에 따라 개연성을 부여했던 것과 무관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공수분리라는 키치적 설정의 담백한 멋을 꺾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계속 가볍고 발랄하게 진행되었다면 훨씬 처음의 느낌과 부합되지 않았을까 하는 거지요.  
 
=0=0=0=0=0=0=0=0=0=0=0=0=0=0=
 
이 글을 쓸까 말까 상당히 고민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집탐은 사실 감상과 비평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위험한 곡예 중입니다.
전문화된 비평은 작가의 글을 자신의 시각으로 해체하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그런 글을 지양해 왔었습니다.  
(좋은 말만 하고 살기도 힘든 세상, 제 시각으로 남이 애써 쓴 글을 재단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공수분리가 아깝습니다.  
4권만 되도 사실 장편 소설이지요.  
하지만 무협 소설은 그 4권을 한달음에 뚜루룩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협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았을 때 공수분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전체의 통일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1,2권의 느낌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아니 중간부터 서서히 느낌 자체가 변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감히 이런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수염님께 실례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길게 적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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