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마와의 랑데부/아서 클라크, 박상준/2005(1973)/옹기장이라마 2 - 위험한 탐사/아서 클라크, 젠트리 리, 신영희/1994(1989)/고려원
라마 3 - 의문의 궤도 수정/아서 클라크, 젠트리 리, 신영희/1994(1989)/고려원
라마 4 - 남겨진 지구인/아서 클라크, 젠트리 리, 신영희/1994(1991)/고려원
그때는 원작자를 몰랐지만, 내가 처음 아서 클라크(1917-2008)를 만난 것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스탠리 큐브릭, 1968)’를 통해서였다. 대학 내 영화 소모임이 마련한 상영회였는데, 보통의 이야기 구조-인물에 집중한 순차적 스토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꽤 낯선 영화였다. 아서 클라크의 단편(The Sentinel)을 기반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아서 클라크가 장편 소설로 썼다던가.
3월에 라마 시리즈(전 7권) 중 4권까지 읽다 만 건, 한창 진행되는 이야기를 중간에서 듣다 만 것과 같지만, 원고를 끝내기 전까지는 나머지를 읽지 않을 듯하다. 중독성이 워낙 강한 데다 지금 쓰는 이야기와는 서술 방식이 너무 달라서.
라마 시리즈의 서막을 연 ‘라마와의 랑데부’를 읽으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생각이 많이 나더라. 확실히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의 구성 요소로 흔히 인물, 사건, 배경의 셋을 꼽는다.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 방식은 인물이 중심에 서고, 인물들이 움직여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배경은 사실감을 더해 주는 보조 장치와 비슷하달까.
하지만 아서 클라크의 이야기에는 인물이 중심에 서지 않는다. 주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배경, SF소설답게 ‘우주’다. ‘라마와의 랑데부’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인물이 주가 아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우주의 신비’에 관심을 갖지 않는 독자나 관객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어리둥절할 정도랄까.
라마 시리즈의 핵심도 등장인물들이 아니라 지구와 충돌할 혜성으로 알았던 것이 외계의 지성체가 만든 구조물임이 드러나는 ‘라마’이다.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통신위성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답게 아서 클라크의 ‘라마’ 묘사는 경이적이다. 이 소설이 SF계의 4대 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건 너무나 당연하달까.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과 우주선 안의 동선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가 만든 구조물인 라마 안의 장치들이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 모두 우주 역학에 들어맞는 채.
2부와 3부라 할 수 있는 2권 이후부터는 인물 또한 강력하게 부각되어 통상의 이야기 방식에 접근하지만, 라마 시리즈의 최절정은 역시 ‘라마와의 랑데부’로 봐야할 것이다.
2권 이후는 1권이 준 충격을 잊지 못하는 독자나 작가 자신이 1권의 이야기를 확장한 것으로 봐야 할 듯. (물론, 2권 이후의 과학적 상상력도 굉장하다. 최초의 우주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파고드는 솜씨 또한 통찰력을 발한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외계 생명체와의 첫 만남이나 우주여행 등은 아서 클라크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미개척지나 다름없었으니(과학적 상상이라는 면에서는) 처음 이 소설을 접한 사람들의 놀라움은 굉장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읽어도 놀라움은 마찬가지다.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생생한 묘사를 했기 때문이다.)
곧 영화로도 만든다고 하는데……, 흥행에 실패한 ‘저주받은 걸작’이 되거나 원작의 맛을 못 살린 ‘실패작’으로 분류될 위험이 다분할 듯.
소설보다는 영화가 ‘인물’이 훨씬 중요한데, 원작 자체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인물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며 인물이 아닌 ‘배경’에 관심을 갖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나.
남은 5, 6, 7권을 편하게 읽으려면 빨리 작업을 마쳐야 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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