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혼블로워 Hornblower》 C.S.포레스터, 조학제, 2004, 연경미디어 by 신독

혼블로워 Hornblower 1 - 해군사관후보생
혼블로워 Hornblower 2 - 스페인 요새를 함락하라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책이다. 열 권이라는 부담 때문에 시작을 계속 미루다 드디어 잡았는데……, 역시 마약이더라. 우선 1권만 봐야지 했는데, 중간에 놓지 못해 한달음에 2권까지 봐 버렸다.

포레스터(1899-1966)는 실제 해군 복무 경험-영국 정보국에서 종군기자로 2차대전에 참전-이 있는 작가다. 1938년부터 20년 간 혼블로워 시리즈를 집필했다 한다. 역자인 조학제씨 또한 해군 준장으로 예편한 분이더라. 이 소설의 리얼리티는 작가와 역자의 약력만 보아도 기대가 된달까.

대영제국의 범선 시대를 다룬 이 소설은 번역되기 전에도 해군 장교들 사이에서는 명저로써 알려졌나 보더라. 워낙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번역이기에 해군 제독이 이 소설을 번역한 것은 독자로서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넬슨을 모델로 했음이 역력한 혼블로워-왜소한 외모, 뱃멀미, 당시 뱃사람답지 않게 술을 싫어하는 것 등-는 생각은 많지만, 결단과 실행력이 대단한 캐릭터다. 역사소설인 이 글은 주인공인 혼블로워의 카리스마 때문에 장르성마저 살짝 띈다. 하긴, 모델인 넬슨 제독 자신이 워낙에 대단한 사내기도 했으니까. 애꾸에 외팔이까지 되고도 당당한 제독으로 사교계까지 지배한 사나이 아니던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소설에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해상 생활과 해전을 다룬 작가의 예리한 눈이다. 권두에 실려 있는 범선의 구조도와 용어 해설을 읽으며 글을 보면 바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18세기의 대서양과 지중해를 노니는 것만 같다.
하물며 바다를 잘 아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여러모로 피가 끓을 것이다. 특히나 해군 장교들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겠지.

여러 가지 선상 문화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적국이면서도 ‘신사’의 예의를 지키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 뭐, 막상 교전이 벌어지면 피를 보는 거야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지금은 사라진 고고한 전통을 보는 것 같아 은근히 향수에 젖게 한달까.

역사소설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고자 할 때, 작가가 고민하게 되는 것은 둘이다. 하나는 그 당시의 사물이나 지형, 복색 등의 외형적 사실성이다. 또 하나는 그 당시의 사람들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았고,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났나 하는 문화적 사실성이다.

전자에만 신경을 썼다면 역사소설로 부르기엔 모자람이 있을 것이다. 후자에까지 눈이 가야 제대로 된 역사소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이 두 가지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스토리가 죽는다는 것이다. 글이 재미없어지기 십상이다.

“혼블로워”는 역사소설로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글이다. 배나 선상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사실성 여부를 따질 실력은 안 되지만, 그거야 나 이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사실이다. 해군 장교들이 교재 삼아 볼 정도라면 말 다한 것 아닐까.

그런데도 이 소설은 주인공 혼블로워를 중심에 세운 가파른 스토리가 모든 설정의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잘 쓰인 역사소설이면서도 잘 쓰인 장르소설처럼 재미가 있다.
이건 정말 쉽게 보기 힘든 미덕이다.

아마도 이 소설은 오래도록 스테디셀러로 남을 것이다.
게다가…… 생각 있는 해군사관생도라면 필독서로 꼽을 게 분명하니, 계속 재판도 할 수 있지 않을까나. ㅎ

덧글

  • 나태한악마 2008/02/19 01:28 #

    어라 리플이 가능하게 바뀌었네요.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겠는 걸요. 17~18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영화건 소설이건 좋아하는지라... 10권이라니 일단 1권만 사서 봐야겠어요 -_-;
  • 신독 2008/02/19 08:14 #

    글쎄... 일단 1권만 보는 게 가능할까나...
    할 일은 많은데 3권이 궁금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_-a
  • 2013/07/18 04:23 # 삭제

    태클은아니고요 혼블로워 경우 넬슨제독이 모델이 아니라 Thomas Alexander Cochrane 라는 실존 인물이 모델입니다. 그리고 번역도 해군출신인 분이 하셨다지만 중간중간 오타와 오역이....뭐 대표적으로 영국해군 계급이라던지 뭐 무기라던지 부분에서요.. 그리고 현재 절판이라 전편의 구하기가 힘든 소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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