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쿵푸 허슬 只要为你活一天 by 신독

주위를 둘러보면 주성치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연하게 나뉜다.
좋아하는 사람은 그의 영화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며 고무, 찬양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단순명쾌하게 싫어하더라.

그의 영화에 나오는 저열하고 초라한 모습들이 싫은 거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기억 속 어느 한 구석에서나 튀어나올 듯한 비열하고도 치사한 모습들.
그것을 보는 혐오감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주성치 영화를 결코 좋아할 수가 없다.

“쿵푸 허슬”은 여러모로 뜯어봐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주성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영화를 절대 보지 않을 것이다.
사람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주성치 특유의 쪽팔리고 비열한 모습은 이 영화에서도 여지없으니까.
(주성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이야말로 인간 주성치의 모습이라 하겠지만. 어떻게든 그 처참한 바닥에서 더럽고 치사한 방법으로라도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그를 좋아하니까.)

무협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합마공을 여래신장으로 물리치는 장면을 보며 무릎을 칠 것이다.
사자후나 팔괘장, 음공의 시각화 또한 그렇겠지.

케이블에서 꽤 자주 하는 이 영화를 나는 만날 때 마다 계속 보는 편인데, 보면 볼수록 묘한 애상에 젖는 장면이 있다.
여래신장으로 합마공을 꺾고 무협에나 나올 수 있는 적의 승복을 받은 후, 싱(주성치)은 적의 암기를 바람개비처럼 하늘로 날린다.

하늘로 날아간 암기는 꽃으로 변해 거리에서 사탕을 팔고 있는 퐁(싱의 어릴 적 소꿉친구. 싱은 어린 퐁을 보호해 주려다 못된 아이들에게 오줌세례를 맞는 치욕을 겪었다. 성장한 싱이 돈이 없어 거리에서 삥을 뜯으려 했는데, 그녀가 하필 퐁이었다. 싱은 그녀를 알아보고 도망친다. 도망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초라한 자신으로부터.)에게 날아간다.

이제 절대 초라하지 않은 절대고수가 된 싱은 사탕가게 주인이다. (사탕에는 이 두 사람의 과거가 담겨 있다.)
싱과 퐁은 가게 앞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이거다.



카메라가 한 바퀴 돌며 싱과 퐁은 어린 시절 티 없던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


그들은 손을 잡고 사탕가게로 뛰어 들어간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는 그저 따뜻했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왠지 애잔했다.
세 번째 봤을 때는 음악을 찾아볼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봤을 때는.
글쎄. 이유가 뭐였을까.
거짓말처럼 눈물이 흘렀다. 회한을 모를 때의, 후회하지 않을 때의 시절로 돌아간 싱과 퐁에 대한 부러움이었을까.
몸이 아파 감정회로가 고장 나 그랬을지도. 몸의 열기를 식히려 밖으로 물이 흐른 것일 수도.

덧글

  • ㅁㅁㅁ 2010/07/23 22:10 # 삭제

    나는 쥔장을 모르지만 이 글에 동감합니다.
    저도 똑같이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는 그저 따뜻했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왠지 애잔했다.
    세 번째 봤을 때는 음악을 찾아볼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봤을 때는.
    글쎄. 이유가 뭐였을까.
    거짓말처럼 눈물이 흘렀다. 회한을 모를 때의, 후회하지 않을 때의 시절로 돌아간 싱과 퐁에 대한 부러움이었을까.
    몸이 아파 감정회로가 고장 나 그랬을지도. 몸의 열기를 식히려 밖으로 물이 흐른 것일 수도...."

    그랫으니까....

    인생이 별겁니끼?
    현재 살아있고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런거니까................
  • 신독 2010/08/05 23:12 #

    그렇지요. ^-^
  • TAHA 2012/09/08 03:27 # 삭제

    진실하지 않은 순간들이 많아보여도 삶은 여전히 애잔하다는 것.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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