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미유키, 김소연, 2006(1993), 북스피어 by 신독

실력 있는 작가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추리서스펜스로 분류할 수 있는 이 글은 고도로 계산된 플롯과 캐릭터 간의 치밀한 배치가 일품이다. 게다가, 국면의 연결이 참으로 교묘하다.
이렇게 머리로 쓴 글로 감동까지 준다니……. 대단한 작가다.

이 책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책 말미에 실린 기타가미 지로의 평론 때문이다.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는 제대로 된 평론이었다. 독자가 읽어내기 힘든 글의 얼개와 힘을 참으로 세련되게 분석해 놓았다. 그럼에도 어렵지 않다. 이야말로 장르문학의 비평이 지향할 바 아니겠는가.

이 글은 미야베 미유키가 장르적 요소를 얼마나 능란하게 다루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와도 같다. 특히 두 캐릭터에 그것을 집중시켰다.
주인공인 마모루는 피킹 기술을 가졌다. 금고문마저 딸 수 있는 어린 실력자다. 교묘한 살인을 저지르는 의문의 살인자 역시 이에 필적할 만한 ‘장르적’ 능력을 지녔다.
장르문학을 성립시키는 요소 중 하나는 ‘신기함’이다. ‘어? 신기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눈을 끄는 요소들.
미야베 미유키는 이것을 참 잘 다룬다. ‘드림버스터’에서도 느꼈지만, 독자의 눈을 잡아채는 솜씨가 절묘하다.

미스터리 작가답게,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과 조우하며 사건을 파헤치는 흐름으로 글을 이끌었는데, 각각의 인물들을 얽어 교묘하게 흐름을 고조시킨다. 눈여겨 볼 만한 작법이다.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들을 먼저 구상했을 것이다. 자살로 보이는 사건들의 연결점은 하나의 잡지로 잡았다. 사회적 응징의 성격을 갖고 있는 살인이기에 살인동기는 짙은 사회성을 띤다.

이 살인 사건들과 주인공을 연결해 주기 위해, 세 번째 살인에서 살인자의 뜻과 어긋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주인공의 택시 기사 이모부가 살인자로 오인받게 상황을 짠 것.

이모부 때문에 사건에 뛰어든 주인공과, 의도가 어긋난 것 때문에 주인공에게 주목하게 되는 살인자.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자잘한 에피소드들도 왕따 친구의 그것을 제외하면 모두 살인 사건과 연결된다. 치밀한 구성이다.

독자는 살인자의 정체를 글 말미까지 모르기 때문에 주인공의 아버지로 보이는 인물이 살인자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여기서 반전의 포인트를 만들었다. 근래 본 미스터리물 중 가장 은근하며 드라마를 예비시킨 반전을. 이 글의 진짜 힘은 기타가미 지로의 말대로 이 드라마에 실려 있다. 뜻하지 않게 펼쳐지는 드라마는 독자의 뒤통수를 침은 물론, 무방비상태인 독자의 감정을 한껏 자극한다.

주인공과 독자가 동시에 살인자의 정체를 알게 되고, 대개의 미스터리물이 결말로 치달으려는 그때, 반전으로 야기된 새로운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독자의 가슴에서 뜨거움을 끄집어낸다.

참으로 뿌듯한 단 권이었다.
요즘은 시리즈물만 계속 쓰나 보던데, 독자 입장에서는 단 권의 압축된 감동이 더 나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해한다. 작가도 생활인이니까. 단 권보다는 하나의 설정으로 계속 쓸 수 있는 시리즈가 쓰기엔 더 쉬우니까.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정말 조그마하게 인쇄된 ‘미미 여사 파이팅!’이란 문장에 나도 동감한다.

덧글

  • 미유키 2008/05/28 12:01 # 삭제

    <드림 버스터>가 전 짱이었어요~
  • 신독 2008/06/05 14:06 #

    저는 <마술은 속삭인다>가 짱이더군요. 아직 안 읽은 글이 많으니 또 바뀔 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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