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회] KMY, 《OOO파》, 2004/7/12 by 신독

아, 한 권만 읽으려 했건만. 쿨쩍!
M형님, 너무 재미 있더군요. 흐흑.
제 글 수정도 해야 하는데 두 권을 다 봐 버렸습니다. 아……, 내 피 같은 시간…….

히……. ^-^
참 재미있게 봤어요.

OOO파.
OO검과 XX도.
흔히 쓰이는 기병이 주 소재가 되었지만 무척 세련된 전개였다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박풍의 성장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었기에 아주 자연스레 이야기의 흐름에 몰입을 할 수 있었어요.

전에 그러셨죠.
일단 주인공 하나를 정한 후에 쭈욱 뒤만 따라 1권을 쓰고 2권에서 설정을 집어넣는 게 형님의 본래 스타일이라구요.
이번에 그런 구성이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잘 배웠습니다. 주인공과 독자의 사이를 줄인다는 면에서 아주 효과적일 것 같더군요.

일단, 제 거 수정을 하기 전, 뭘 했나를 먼저 말씀드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글이 대단히 잘 쓰였다기보다는 작가의 감정이 독자에게 팍팍 전달되는 글을 중심으로 책을 보았습니다. 요즘 시장에서 잘 팔린다 하는 책들이었죠. 이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기성 작가의 글과 신인의 글 중 잘 썼다는 평을 받는 글도 보았습니다.

물론, 요즘 반응이 괜찮다 싶은 책들을 먼저 보았지요.
그러다 중간에 글이 좋다는 신인의 책을 펼쳤는데, 이게 안 읽히는 겁니다. 응? 하다가 'OO'을 펼쳤죠.
역시 안 읽히는 겁니다. -_-
다시 요새 반응이 좋다는 책들을 먼저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차분히 하고 'OO'과 신인의 책을 보았어요.

이 두 부류를 나눈다면, 요새 독자들이 선호하는 '편히 읽히는 글'과 '잘 쓴 글'일 겁니다.

'편히 읽히는 글'은 읽을 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 장면에서 전하는 바가 대단히 즉자적이고 표피에 머물죠.
주욱 100쪽 정도 읽어야 흐름이 느껴지고 그 흐름에 빠져야 글을 즐길 수 있는 게 절대 아닙니다. 그냥 주르르 읽으면서 재미있군 하는 글들이죠.

반면, 제가 생각하는 '잘 쓴 글'은 안에 내재하는 흐름이 분명한 글들입니다. 그 흐름을 본 사람들에겐 그 글들은 너무 재미있을 것이지만, 대여점을 지배하는 독자 대중의 눈에 잡힐 흐름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편히 읽히는 글'을 읽다 '잘 쓴 글'을 읽으니, 눈에 들어오질 않더군요.
이러니, 단련된 독자가 아닌 독서 대중은 어떻겠어요?
당근…… 안 읽힙니다.
안 읽히면 '재미없다'고 하죠.

전 '잘 쓴 글'을 쓰고 싶습니다만, 그렇다고 '읽기 편한 글'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되도록 읽기 편하게 쓰면서도 잘 쓰고 싶다. 제 생각은 이래요.

이런 상황에서 'OOO파'를 보았습니다.
'OOO파'의 1권은 '잘 쓴 글'에 속한다고 보았어요. 서사와 묘사와 설명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나름 판단했습니다.
그런데도 '읽기 편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에게 강한 몰입을 시키는 흐름 때문이었다 생각해요.
여기 저기 다른 인물들이 나오며 복선을 주는 게 아니라, 철저히 박풍 한 사람만을 쫓았기 때문에 아주 편하게 글을 볼 수 있었어요.

1권에서 잠시 시야가 흐트러진 곳은 박풍이 이길을 따라 강호에 나섰을 때, 그 청두건을 쓴 자들과 싸우다 '구구 무시기 단환'을 빼앗기는 곳 하나였습니다.
이 곳 역시 대단히 잘 쓰인 박투씬의 연속이었지만 무언가 몰입을 흐트러뜨리더군요.
계속 박풍을 따라 왔는데 박풍이나 이길의 능동적인 장면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몰리는 장면이기 때문이었다 생각되네요.
그 한 곳 빼고는 정신없이 읽었어요. ^-^

그리고 2권에서 짠한 장면 하나.
이길이 박풍에서 거치도를 주기 전, 둘이 나눈 대화.

"내가 죽으라면 죽겠느냐?"
"대왕님이 하라면 박풍은 합니다."

이런 대사였던 거 같아요. 아주 좋았습니다.
소년의 가슴이 울렁이네요. 물론 여기서 소년은 저죠.

제가 감히 판단하건대.
'OOO파'는 대중적인 글이면서도 잘 쓰인 글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