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가인, 《무정십삼월》 2004/6/25 by 신독

가인, 《무정십삼월(전 6권)》, 로크미디어, 2004/6

정말 오랜만에 감상문을 쓰고 싶어졌다.
내 글 걱정에 머리가 꽉 차 있지만 이런 기분이 되면 할 수 없다.
하고 싶으면, 나는 한다.

그는 내 글에 대한 감상을 남긴 적도 있었고 직접 평을 해 준 적도 있다. 처음 써 본 소설 형식의 글에 자상히 평을 해 준 것도 그였고 어쩌다 출판이 되어 버린 내 글을 집중탐구란에 찾아와 신 나게 해부해 주기도 했다.

내가 아는 그는, 내가 감히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아득한 고수이다.
소설 습작을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고 무협단편을 쓰며 무협의 감을 익힌 지도 꽤 오래되었다.
이번에 처음 출판한 신인이기는 하지만, 통신이나 인터넷을 즐기는 고수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숨은 고수 가인. 그는 신인이라고 부르기엔 좀 애매한 중고신인쯤 되는 사람이다.

이 글은, 내가 그를 잘 알고 흉허물 없는 사이라 인사조로 쓴 감상문이 절대 아니다.
내 성격에 그런 짓 안 하리란 것은 그도 알리라.
그는, 나를 감동시켰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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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격변하던 어떤 시기에 이십대의 언저리를 통과한 사람들이 있다.
그때는 정말 1년 사이에 세상이 휙휙 잘도 변했다.

그들 중 남들이 한창 싸우고 난 다음, 어떤 싸움의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이 있다.
호시절은 이미 가고, 남은 싸움은 점점 늪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싸움을 시작한 사람들.
끝까지 이 악물고 더러운 진흙탕에서 싸웠던 사람들.

그들은 과격했다.
전 시대의 전통을 진리라 굳게 믿었기에, 같은 나이의 젊은이들이 꽃다운 낭만을 향유할 때, 무슨 고시대의 무사들처럼 전사의 마인드로 살았다.

또한, 그들은 바보였다.
바보가 달리 바보일까?
남들은 모두 아니라 할 때도 바보는 맞다 한다.
그래서 그 바보들은 끝까지 싸움을 계속했다.
더 싸울 수 없게 된 후에는, 지친 분노를 곱씹으며 살아간다.
가슴속에 불덩이를 하나씩 간직하고서.

그들은 가끔 테러리스트를 꿈꾼다.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들이 주류가 되어 있는 세상을 그들은 용납하지 못한다.
뉴스를 보다가 자주 화를 낸다.
변절자가 득세한 것을 보면 밥 먹은 게 얹힌다.
그것을 관조하며 살기에는 그들의 나이가 아직 젊다.

"무정십삼월"은 그들이 보면 울컥 치밀어 오를 거다.

북명대.
나는 "무정십삼월"을 읽으며 그 시대를 살았던 바보들을 떠올렸다.
그들 중 일부는 정말 처절히 죽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의 피 냄새를 시시때때로 맡는다.
그럴 땐, 정말 돌아 버린다.
다 죽이고 싶다.

그런데, "무정십삼월"에는 정말 다 죽이는 주인공이 나온다.
장화월이다.
그가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인다고 명분 없다 비판할 식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방식의 복수에는 동의할 수 없다 비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머리로는 그런 비판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물론 빡빡 우겨 그를 정당화할 논리를 동원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동지를 잃어 본 사람은 그 참담함을 잊지 못한다.
그때의 살기를 잊지 못한다.
그건 논리 이전의 문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을.

소설 속 장화월에게 갈채를 보낸다.
앞에 있으면 심진 몰래 틀림없이 술 한 병 사 줄 것이다.
그가 칼을 들고 나서면 쫄래쫄래 구경을 갈 것이다.

한칼에 박살내고 싶은 더러운 것들이 너무 많다.
배신자들이, 변절자들이, 청산되어야 할 것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것을 보면 다 죽이고 싶을 때가 많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 사회는 나름대로 룰이 있고 그 좆만 한 룰이란 것 때문에 그들은 배 두드려 잘만 살아간다.
그걸 한바탕 칼춤으로 모두 날려 버리는 걸 보고 싶은가?
그럼, "무정십삼월"을 보라.
소주 한 병 병나발 불며 "씨팔! 잘 죽였어!" 할 거다.
물론, 모두가 나처럼 과격한 감성으로 이 글을 대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내가 읽은 "무정십삼월"의 감상이다.
다른 사람이 어찌 읽었건 내 알 바 아니다.

장화월.
다 죽여라!
그리고.
너는 꼭 행복하게 살아라!

덧글

  • 좋은글 2012/02/07 00:03 # 삭제

    장화월.
    다 죽여라!
    그리고.
    너는 꼭 행복하게 살아라!

    크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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