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노.
함께 보은사에 다녀오다 다라나형이 권하기에 함 보았다.
과연 그가 권할 만큼 잘 만들었더라.
나뿐 아니라 소설 <장길산>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의 설정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양반을 죽이고 세상을 뒤집자는 노비들의 모임 '살주계'나, 총포를 다루는 '삼보방포'의 기술, 몸을 팔기도 했던 사당패 등등.
대사들에도 <장길산>에서 사용된 용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긴, 어디 드라마 추노뿐일까.
만화나 드라마 다모, 얼마 전의 드라마 한성별곡 등에도 소설 <장길산>의 흔적들은 많이 보인다.
<장길산> 자체가 <수호지>와 <임꺽정>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니. 이야기도 사실은 학문처럼, 뿌리를 캐면 줄줄이 엮이기 마련이다.
특히 내가 본 편들 중 두 장면을 보면서는 키득거리며 무릎을 쳤다.
드라마 추노의 히로인 언년이가 남장하고 다니다 '봉욕(이 말을 드라마에서 듣는데 참 반갑더라. 장길산 보며 배운 말 아니던가. ㅎ)'을 당할 뻔한 장면이 있다. 지나가던 송태하가 언년이를 희롱하는 보부상들을 혼내 주는 그 장면. (노출 떡밥으로 꽤 유명하더라)
<장길산>에는 길산의 연인 묘옥이가 옥에 갇힌 길산을 찾아 남장하고 가출했다가 산적들이 덮치는 장면이 있다. 지나가던 소금 장수 강선홍이 우연히 묘옥을 구해 주는.
뭐, 이 장면이야 사실 '무협지 영향'이라 하여 황석영 씨도 한소리 들었던 장면들 중 하나로 기억한다. 그 당시 무협에서 주인공이 지나가다 여인네 비명 따라가 봉욕 직전에 구해 주는 장면은 워낙 흔했으니. (오히려 요새 무협에는 거의 안 나오는 장면이니, 혹시나 <장길산>의 영향일까나. ㅋ)
추노꾼들과 한패가 된 애사당 설화의 '엽전 키스' 장면 또한 마찬가지.
사당패 공연 도중 행하를 걷는 장면이다.

<장길산>에서는 묘옥이 가출하여 몸을 담은 달근이네 사당패 공연 도중 이 장면이 작은 에피소드로 삽입되어 있다.
노련한 사당 백선이가 사내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니며 행하를 걷는 멋진 장면이다.
이 장면만큼은 <장길산> 이외에선 본 적이 없어(내가 안 본 이야기들 중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확 들어오더라.
이외에도 한양의 왈짜들이 형들더러 '언니'라고 칭한다든지, 미륵 사상을 모태로 한 '살주계' 회합 장면 등 <장길산>이 떠오르는 장면은 꽤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표절'로 부를 정도는 아닌 듯.
재판에서 표절 판정을 받으려면 일부 장면을 토씨 하나 안 고치고 옮겨야 한다고 들었다. 설정이나 캐릭터를 응용하는 정도로는 대개 '표절' 판정을 받지 못한다더라.
그래서 이는 이야기를 창작하는 이의 도덕적 마인드 문제에 가까운데... 사실 선을 그어 '이것이 정의!'라고 말하기 까다롭다.
의식했냐 안 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내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과거에 내가 본 이야기들에서 자유롭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본떴다'고 말해도 정작 본인은 '어? 그랬단 말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하지만 추노의 작가들도 드라마 추노가 <장길산>의 영향을 받았음은 다들 인정하지 않을까나. 이거야 부인한다는 자체가 웃길 정도이니. 게다가 설화의 엽전 키스 장면은 <장길산>의 오마주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부인해도 머, 사실 내가 뭐라 할 거나. ㅎ
드라마 추노는 설정과 세계관이 잘 짜인 영리한 드라마이다.
의상이나 머리 모양 등 기본적인 고증은 과감히 생략하고, 이야기의 개연성에 집중한 것이 참으로 영리했다.
게다가 눈을 잡아채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요소들을 참말 잘 썼더라.
이제 시청자를 잡기 위해서는 남자 연기자 또한 잘 벗겨야 한달까.
모쪼록, 보기 드물게 힘찬 이야기를 전개 중인 이 드라마가 멋진 마무리까지 하길 바란다.
함께 보은사에 다녀오다 다라나형이 권하기에 함 보았다.
과연 그가 권할 만큼 잘 만들었더라.
나뿐 아니라 소설 <장길산>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의 설정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양반을 죽이고 세상을 뒤집자는 노비들의 모임 '살주계'나, 총포를 다루는 '삼보방포'의 기술, 몸을 팔기도 했던 사당패 등등.
대사들에도 <장길산>에서 사용된 용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긴, 어디 드라마 추노뿐일까.
만화나 드라마 다모, 얼마 전의 드라마 한성별곡 등에도 소설 <장길산>의 흔적들은 많이 보인다.
<장길산> 자체가 <수호지>와 <임꺽정>의 영향을 받기도 했으니. 이야기도 사실은 학문처럼, 뿌리를 캐면 줄줄이 엮이기 마련이다.
특히 내가 본 편들 중 두 장면을 보면서는 키득거리며 무릎을 쳤다.
드라마 추노의 히로인 언년이가 남장하고 다니다 '봉욕(이 말을 드라마에서 듣는데 참 반갑더라. 장길산 보며 배운 말 아니던가. ㅎ)'을 당할 뻔한 장면이 있다. 지나가던 송태하가 언년이를 희롱하는 보부상들을 혼내 주는 그 장면. (노출 떡밥으로 꽤 유명하더라)
<장길산>에는 길산의 연인 묘옥이가 옥에 갇힌 길산을 찾아 남장하고 가출했다가 산적들이 덮치는 장면이 있다. 지나가던 소금 장수 강선홍이 우연히 묘옥을 구해 주는.
뭐, 이 장면이야 사실 '무협지 영향'이라 하여 황석영 씨도 한소리 들었던 장면들 중 하나로 기억한다. 그 당시 무협에서 주인공이 지나가다 여인네 비명 따라가 봉욕 직전에 구해 주는 장면은 워낙 흔했으니. (오히려 요새 무협에는 거의 안 나오는 장면이니, 혹시나 <장길산>의 영향일까나. ㅋ)
추노꾼들과 한패가 된 애사당 설화의 '엽전 키스' 장면 또한 마찬가지.
사당패 공연 도중 행하를 걷는 장면이다.

<장길산>에서는 묘옥이 가출하여 몸을 담은 달근이네 사당패 공연 도중 이 장면이 작은 에피소드로 삽입되어 있다.
노련한 사당 백선이가 사내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니며 행하를 걷는 멋진 장면이다.
이 장면만큼은 <장길산> 이외에선 본 적이 없어(내가 안 본 이야기들 중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확 들어오더라.
이외에도 한양의 왈짜들이 형들더러 '언니'라고 칭한다든지, 미륵 사상을 모태로 한 '살주계' 회합 장면 등 <장길산>이 떠오르는 장면은 꽤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표절'로 부를 정도는 아닌 듯.
재판에서 표절 판정을 받으려면 일부 장면을 토씨 하나 안 고치고 옮겨야 한다고 들었다. 설정이나 캐릭터를 응용하는 정도로는 대개 '표절' 판정을 받지 못한다더라.
그래서 이는 이야기를 창작하는 이의 도덕적 마인드 문제에 가까운데... 사실 선을 그어 '이것이 정의!'라고 말하기 까다롭다.
의식했냐 안 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내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과거에 내가 본 이야기들에서 자유롭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본떴다'고 말해도 정작 본인은 '어? 그랬단 말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하지만 추노의 작가들도 드라마 추노가 <장길산>의 영향을 받았음은 다들 인정하지 않을까나. 이거야 부인한다는 자체가 웃길 정도이니. 게다가 설화의 엽전 키스 장면은 <장길산>의 오마주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부인해도 머, 사실 내가 뭐라 할 거나. ㅎ
드라마 추노는 설정과 세계관이 잘 짜인 영리한 드라마이다.
의상이나 머리 모양 등 기본적인 고증은 과감히 생략하고, 이야기의 개연성에 집중한 것이 참으로 영리했다.
게다가 눈을 잡아채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요소들을 참말 잘 썼더라.
이제 시청자를 잡기 위해서는 남자 연기자 또한 잘 벗겨야 한달까.
모쪼록, 보기 드물게 힘찬 이야기를 전개 중인 이 드라마가 멋진 마무리까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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